[르포] 극한더위에 채소는 썩고 손님은 없고…구리시장 상인들 '한숨'
오후 2시 기준 일최고체감온도 '양주 백석 40.1도'
- 양희문 기자
(구리=뉴스1) 양희문 기자
"이 날씨엔 채소도 금방 썩어버려. 후딱 못 팔면 다 버려야 되는데 사람이 없어서 참 큰일이야…."
경기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4일 오후,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은 한산했다. 평소라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을 통로에는 뜨거운 공기만 맴돌았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더위에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시선은 손님보다 진열대 위 과일과 채소에 더 자주 머물렀다. 이른 새벽 도매시장에서 들여온 물건들이 푹푹 찌는 날씨에 금세 무르거나 시들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그날 가져온 물건을 모두 팔면 한시름 놓을 수 있지만, 남으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제때 팔지 못한 과일과 채소는 결국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들어간다. 손님 없는 시장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속도 타들어 갔다.
시장 한쪽에서 파라솔을 펼쳐 놓고 채소를 팔던 이덕예 씨(88)도 폭염과 힘겨운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선풍기 한 대, 부채 하나 없었다. 이 씨가 더위를 견딜 수단은 냉수 한 병과 연신 흐르는 땀을 닦을 수건 한 장이 전부였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폈지만, 좌판 앞을 멈춰 서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늘 아래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지만 이 씨는 하루도 장사를 쉴 수 없다고 했다. 사업을 하던 큰아들에게 노후자금을 빌려줬다가 사업이 부도나면서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50년 넘게 채소를 팔아 자식도 키우고 손주도 봤는데, 정작 나를 위해 모아 놓은 돈은 하나도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텅 빈 시장 통로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오늘도 허탕 치게 생겼다"면서 "채소는 오늘 못 팔면 다 썩는데, 그러면 그대로 버려야 한다"고 혀를 찼다.
이날 시장에는 간간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만 오갈 뿐 대부분의 좌판 앞이 비어 있었다. 상인들은 연신 부채질하거나 물을 들이켰고, 축 처진 채소에 물을 뿌리며 혹시 모를 손님을 기다렸다.
현재 경기도 전역에는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고양·오산·하남·안성·파주남부·용인동북부·용인서북부·여주동남부·여주서부 등 9개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주요 지점의 일 최고체감온도는 양주 백석이 40.1도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여주 가남 37.9도, 하남 덕풍 37.8도, 연천 군남 37.5도, 용인 기흥 37.3도를 기록했다.
yhm9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