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신고 3분 만에 왔지만…'성남 스토킹 살해' 못 막았다

지난달 피해자 신고 한 차례…스토킹 혐의 고소 이후 살인
피의자 고위험 관리 미지정…자해한 피의자 병원서 치료 중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019.10.18 ⓒ 뉴스1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스토킹 피해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 접근금지 조치까지 이뤄졌던 60대 여성이 전 연인의 흉기에 숨졌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긴급신고를 한 지 약 3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행은 이미 벌어진 뒤였다. 피의자가 고위험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체계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출입기자 정례 간담회를 열고 전날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A 씨(50대)는 전날 오전 2시51분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한 거리에서 전 연인 B 씨(60대·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A 씨는 B 씨의 퇴근 시간을 미리 파악한 뒤 준비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약 4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관계로 파악됐다.

B 씨는 당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긴급신고를 했고, 경찰은 약 3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전 5시37분쯤 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B 씨는 지난달 8일 "A 씨가 못살게 군다"는 취지로 112에 신고했다. 당시 폭행은 없었고, B 씨가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 씨와 B 씨를 분리 조치한 뒤 A 씨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후 A 씨는 지난달 8~9일 B 씨에게 문자메시지 8건을 보내고 15차례 전화를 시도했다. B 씨는 전화를 모두 받지 않았으며, 문자메시지에는 항의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이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고소했고, 동시에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제한하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1~3호를 신청했다.

경찰 여성청소년과와 담당 수사관, 피해자보호팀(APO)은 B 씨의 상태를 확인하며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마지막 연락은 지난 1일이었으며, 당시 B 씨는 안전한 상태로 기록됐다.

경찰은 B 씨의 스토킹 피해 등급을 A 등급으로 지정해 주 1회 전화 모니터링 대상으로 관리했다. 반면 피의자인 A 씨는 위험 체계 3단계 중 고위험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접근해 폭행하거나 협박한 것이 아니라 문자와 전화로 스토킹을 한 점, 피해자 모니터링 과정에서 추가 피해 내용이 접수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위험체계 3단계 중 고·중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단계라면 피해자 의사를 적극 반영하라는 경찰청 가이드라인도 살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스토킹 피해 예방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B 씨가 살해되면서 보호조치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A 씨에게 잠정조치 3호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나 4호인 유치장·구치소 유치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경찰은 "B 씨를 미행하거나 GPS를 부착하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며 "지난달 23일 고소 사건 피의자 조사 때도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고 한 점을 참작했다"고 답했다.

A 씨에게는 2009년 폭행 전과도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17년 전 사건인 데다 B 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B 씨와 관련한 신고 이력도 지난달 8일 한 차례가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추가 수술을 앞두고 있는 등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고 이력은 한 차례뿐이지만, 이전 행적에 특이한 정황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휴대전화 등 기록물도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