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결론 못 낸 '50억 납품사기' 수사…피해업체 결국 폐업
고소인 "수차례 수사 촉구에도 진척 없어"…수사관 기피신청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50억 원대 닭고기 납품 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유통업체가 반년 넘게 이어진 경찰 수사 중 결국 폐업했다. 피해업체 대표는 수차례 수사 촉구에도 사건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담당 수사관 기피신청을 제기했다.
기피신청서에는 수사관이 "(사건을) 어디 박아뒀다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농업회사법인 내포유통 대표 A 씨는 지난해 12월 자사 직원 B 씨와 닭고기 가공업체 직원 C 씨, D 씨, E 씨 등을 상대로 약 50억원대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들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B 씨와 거래업체 직원들인 C·D·E 씨 등이 공모해 실제 주문량보다 적은 물량을 공급하거나 공급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사에 수십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위 거래명세표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물품 대금을 중복 청구하거나 납품 부위를 임의로 변경해 단가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건은 고소장 접수 직후 피해액 규모를 두고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용인동부경찰서로 이송됐다가 다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재이첩됐다.
A 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수사 진행을 촉구하는 의견서와 추가 증빙자료를 수차례 제출했다. 참고인 조사 시간만 모두 26시간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에 따르면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송치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 업체인 내포유통은 결국 폐업했다.
A 씨는 사건 해결을 위해 일부 거래처에 대한 물품 대금 지급을 일시적으로 미루는 과정에서 업계에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이후 거래가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이후 회사가 부실업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2024년 거래 내역까지 모두 확인하면 피해액은 5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에도 성실히 응했지만 사건은 제자리걸음이었다"며 "결국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신경안정제와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자다가 수시로 깨는 등 신경쇠약 증세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 담당 수사관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기피신청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이 사건 내용이 복잡하고 뭔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어디 짱박아뒀다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1일 진행된 B 씨와 C 씨의 대질조사 과정에서도 이미 범행을 자백한 B 씨를 집중 추궁한 반면 C 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조사를 하는 등 편파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피해자는 회사를 잃고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데 수사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고소인이 제출한 기피신청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부서 의견 수렴과 별도 심의 절차 등을 거쳐 수사관 교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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