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13명 울린 '상품권 사채'...연 이자 최고 1만8000%

335차례 2억2000여만 원 대출, 불법 수익 7000여만 원 챙겨
상환받지 못하면 역고소…경찰, 피해자 무고사건 중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019.10.18 ⓒ 뉴스1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상품권 거래로 위장해 돈을 빌려준 뒤 빌려준 금액보다 더 큰 액수의 상품권으로 상환받는 이른바 '상품권 사채' 수법으로 불법 수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대부업법 위반, 무고 등 혐의로 30대 불법사금융업자 A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A 씨의 범행을 도운 40대 여성 B 씨 등 공범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지난 1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국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돈을 빌려준 뒤 상환 시점에 대출금보다 더 큰 금액의 상품권을 받는 수법으로 불법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예컨대 피해자가 5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뒤 75만 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갚아야 했다. 이를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600%에 달한다.

대출액은 20만~200만 원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범행 기간 피해자 113명에게 335차례에 걸쳐 2억 2000여만 원을 빌려주고 연이자 240~1만 8000%를 적용해 7000여만 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피해자에게 대출금을 전달하기 전 온라인에 '상품권을 판다'는 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 씨가 해당 게시글에 '제가 살게요'라는 댓글을 남기고 상품권 대금 명목으로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겉으로는 상품권 거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을 빌려주고 더 큰 금액의 상품권으로 돌려받는 고금리 대출 구조였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A 씨는 피해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욕설과 폭언으로 불법 추심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A 씨에게 고소당한 피해자는 39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A 씨의 협박성 추심 때문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의 사채를 이용한 30대 여성 피해자는 지난 4월 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피해자와 A 씨 범행의 관련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A 씨의 '상품권 사채' 관련 언론 보도가 확산하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튿날 사건을 경기남부청에 배당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행방을 추적했다. 압박을 느낀 A 씨는 결국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은 전날 법원으로부터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변에서 비슷한 범행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범행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 사건을 수사하는 한편, A 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지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무고한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된 고소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알려 모두 중지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