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 뜨는 경포서 밤의 산길까지…100㎞ 달려 다시 강릉으로
대관령·선자령·바람의 언덕 지나는 국내 대표 트레일 레이스
- 이상휼 기자
(강릉=뉴스1) 이상휼 기자 = 강원 강릉시 경포호수에서 출발해 몇 개 산을 넘어 대관령과 선자령을 거쳐 다시 경포호수로 복귀하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해 완주했다.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지난 15~16일 100k·50k·22k·10k 코스로 열렸다.
기자가 참가한 100k 코스는 이른 아침 동해에서 해가 뜨는 풍경을 바라보며 경포바닷가를 출발해 약 20㎞ 로드러닝을 한 뒤 성산봉·오봉산·제왕산·능경봉·고루포기산·대관령·선자령·바람의 언덕·대궁산·보현사·법륜사를 거쳐 경포호수로 마무리하는 코스다.
100㎞ 거리의 산악마라톤은 울트라트레일러닝으로 분류된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트랜스제주 100k 참가 이후 두 번째 대회였다. 오래된 대회인 만큼 운영 수준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레이스 도중 '물 부족'이라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아쉬웠다.
대회 당일 내내 더위가 이어졌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조차 불지 않아 땡볕인데 주로에는 그늘이 적은 편이라 현기증이 났다. 눈가에 맺힌 땀이 소금으로 변할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렸다. 하지만 대회 운영 수준은 날씨를 고려하지 못한 듯했다.
출발 후 34㎞ 지점인 체크포인트(CP)3에서는 콜라를 비롯한 음료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45㎞ 지점의 워터포인트(WP)에 도착했을 때 남은 물은 반쯤 남은 한 통뿐이었다. 대여섯의 주자들이 눈치껏 반쯤만 각자의 물통에 넣어야 했다. 뒤따른 주자들은 물을 먹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포기하거나 주저앉아 수십여분간 물통이 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계곡물을 받아 마시는 경우도 발생했다.
전체 코스의 절반가량인 대관령 숲 안내센터에 다다라서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대관령에서는 제공된 밥을 두 그릇 먹고 수박을 열 조각쯤 먹어댔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지던 선자령에 도착했을 때 그제야 대회에 참여한 보람을 느꼈다.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선자령과 바람의 언덕 구간의 수십개 풍력발전기를 돌아가는 구간은 '꿈길' 같았다.
이후로 40㎞ 거리 밤길도 바람 없는 무더운 레이스였다. 야간 산악 레이스는 마주치는 주자들이 많지 않아 고독했다. '뛰걷'하는 동안 지나온 날들과 앞날에 대한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22시간을 달려 완주에 성공했다.
피니시 후에 사진작가가 사진을 정성껏 촬영해줬고, 아르바이트생과 자원봉사자들이 박수를 쳐 주며 목에 메달을 걸어줬다.
아쉬운 점은 대회 운영사에서 배포한 GPX의 거리와 누적고도보다 거리가 3㎞ 더 길었다는 것이다. 누적고도 역시 4000m라고 배포했지만 실제로는 4500m를 넘었다.
주자들은 GPX에 따라 마시는 물의 양을 조절하거나 에너지젤 보급 전략을 짜는데, 실제와 차이가 날 경우 전략이 무너질 수도 있다.
다만 100k 참가자의 366명 중 42%인 154명은 DNF(중도 포기·Did Not Finish)로 기록됐다. 더위와 물 부족 사태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관령 숲 안내센터에서 출발한 50k 코스와 100k 후반부 코스가 겹쳤고 더위로 인해 운영사 측이 준비한 물이 부족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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