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잠정합의안 후폭풍…DX 노조 "갈라치기 졸속 합의" 부결 운동

"하루 새 1만명 결집" 동행노조 기자회견…투표권 배제 논란에 노노 갈등 확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NSEU) 수원지부와 동행노조 간부들이 22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정문 앞에서 삼성전자 노자 잠정합의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마련한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둘러싸고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 편중된 성과급 보상안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잠정합의안 부결 운동과 투표권 배제 논란까지 겹쳐 노사 갈등을 넘어선 '노노(勞勞)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NSEU, 전삼노) 수원지부와 동행노조는 22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잠정합의안은 반도체 메모리사업부 성과급 교섭으로 변질된 졸속·부실 합의"라며 전면 부결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섭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보상 체계는 차별이 심하고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삼성전자의 미래에도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번 합의안이 '원 삼성(One Samsung)'이라는 경영 기조를 무색하게 만드는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앞서 도출된 잠정합의안에는 DS 부문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사업 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신설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올해 최대 5억~6억 원 수준의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DX 부문 직원들의 보상 규모는 600만 원 수준에 그쳐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부장은 "반도체 사업이 어려웠던 시절 역발상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DX 부문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며 버텨줬기 때문"이라며 "당시에는 부문 간 경계를 허물고 투자해 놓고 이제 와 성과가 나니 각자 가져가라는 논리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DX 부문의 기여와 희생을 정당하게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적자 사업부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지만 이는 경영진의 투자 판단 결과인데도 직원들에게만 차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 '나우톡'에도 'DX 패싱', '근조' 등의 표현이 담긴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번에 몇억 받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설명해야 하는 직원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DX 구성원들의 반발은 동행노조 가입 급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2300여 명 수준이던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지난 21일 1만 1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추가 가입자가 몰리며 현재 1만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교섭 과정에서 DX 부문의 목소리가 배제되자 집단적인 표 결집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섭권을 가진 초기업노조 측이 동행노조 조합원들의 이번 찬반투표 참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또 다른 갈등 불씨가 되고 있다. 초기업노조 측은 동행노조가 앞서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한 만큼 투표권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은 성명서를 통해 "초기업 집행부가 늘어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두려워 참정권을 박탈하려는 치졸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공동교섭단으로 함께 참여했던 조합원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자 재량권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동행노조는 전체 조합원에게 정당한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 지부장도 "동행노조의 투표권이 법적으로 인정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찬반투표 전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2.26 ⓒ 뉴스1

노조는 경영진을 향해서도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백순환 SECU 이슈정책기획국장은 "회사는 동행노조의 폭발적인 조합원 증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협상 테이블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며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에게 DX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를 명확히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DX 부문장인 노태문 사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지부장은 "수개월간 임금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노태문 사장은 직원들과 어떤 소통도 하지 않은 채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있다"며 "귀국 즉시 면담 자리를 마련해 DX 조직 분위기 쇄신과 직원 사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 추가 교섭에서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22일부터 조합원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DX 부문의 강한 반발과 투표 자격을 둘러싼 노노 갈등이 겹치면서 합의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