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마라톤의 묘미"…동두천 코리아 50K [트레일런 르포]
문화유적·암릉길·개울길 달리고…짜릿한 성취감
동두천시 재정 지원·지역민들 자원봉사…지역사회와 화합
- 이상휼 기자
(동두천=뉴스1) 이상휼 기자 =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의 미군부대 캠프 케이시 옆에서 출발해 어등산·양주 천보산·포천 왕방산·국사봉을 돌아오는 '동두천 코리아 50k'.
올해 12회째 열리는 대회로 지난달 26일 수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50k·20k·10k·5k 코스로 각각 나눠 진행됐다.
기자는 직접 대회에 참여해 완주하면서 트레일런의 묘미를 또 한번 체험했다. 열흘이 지난 8일에야 완주 르포를 송고하는 까닭은 대회 당일 전문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사진이 이제야 막 나왔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해 봄부터 10여 개의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그 중 올해 동두천 코리아 50k는 손에 꼽을 만큼 재밌는 대회였다. 무엇보다 주로에서 마주치는 참가자들이 거의 모두 트레일러닝에 진심으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등산객들을 마주치면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를 꼭 말하곤 했다. 등산객들의 작은 양보와 희생으로 뛸 수 있으니 당연한 인사다. 추월할 때는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주로는 총 52㎞에 누적 상승고도 3500m를 넘는 난코스였지만 달리기 좋은 능선길, 흙길, 험한 암릉, 징검다리, 도심, 임도 등 다양한 코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어려운 만큼 극복하는 성취감이 크다.
동두천과 양주의 경계에 있는 천보산 북쪽 정상에서 회암사로 내려가는 암릉 코스는 주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회암사 경내를 스쳐 지나갈 때 주자들은 지공·나옹·무학대사의 부도비와 부도탑을 마주할 수 있었고, 일부 주자들은 그곳에서 탑돌이를 하면서 쉬어갔다. 회암사 측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회암사 아래로 뛰어내려가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회암사지' 터가 나왔는데 여말선초 왕실 최대 사찰이었던 회암사의 웅장한 규모를 가늠케 한다.
왕방산 정상 팔각정 일대에는 분홍빛 철쭉이 만개해 있었다. 시니어 등산객들의 인기 코스였다. 왕방산을 지나 깊이울계곡 앞에서 만난 체크포인트(CP)3은 탁 트인 운동장을 연상케 했다.
여타 대회의 CP는 좁은 산길에 위치해 있고 가시덤풀이나 웅덩이가 산재해 있어 쉼터라기보다는 에너지 보충소에 가깝다. 깊이울계곡 CP에서는 주최 측이 '토마토 파스타'와 '바질 파스타'를 제공해줬는데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파스타는 처음이었다.
주최 측의 음식과 음료수 공급을 위한 자리배치도 세심했다. 먹거리 테이블과 음료수 테이블의 간격을 확보해뒀는데 그 덕분에 음료수를 보충할 때 주자들이 북적북적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없었다. 반면 다른 대회의 경우 물통 옆에 바나나 등 먹거리 통을 배치해서 주자들이 그 자리에 서서 어깨를 부딪히곤 한다.
주자들의 길잡이인 주로에 달린 리본도 정성이었다. 때때로 바닥에 리본이 묶인 경우도 있었는데 그 경우 뾰족하게 치솟은 나무나 부러진 나무, 튀어나온 돌에 리본이 묶여 있었다. 주자들의 부상 방지를 위한 센스 있는 배려였다.
악명 높은 난코스인 '국사봉' 코스를 벗어나자마자 나온 임도에서는 '동두천시육상연맹' 관계자들이 자발적인 워터포인트(WP)를 마련해 주자들에게 얼음물·얼음콜라·얼음게토레이를 나눠줬다. 동두천 지역민들의 인심이 후했다.
마지막까지 업힐이 잠복해 있었고 그 어떤 대회보다 난코스였으나 그 만큼 뿌듯한 완주였다. 완주 재킷과 기념품도 보급 음식만큼 후했다.
대회장인 보산역 일대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관광특구다. 주최 측이 나눠준 8000원짜리 지역상품권으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동두천시는 이번 대회를 위해 2000만 원대 예산을 지원했으며 동두천시민 자원봉사자들도 70여 명쯤 투입돼 주로 통제와 정리에 힘을 보탰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참가자들에게 돌아갈 동두천 지역상품권의 액수도 늘리는 게 지역경제를 위해 나을 것 같다"며 "동두천을 찾아준 참가자들과 그 가족 및 지인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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