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죽었다?"…스토킹 피의자 구금·전자발찌 신청 4분의3 기각
전문가 "법원 피해자 입장서 생각해야"…피의자 다수 벌금형 그쳐
구속요건 충족했지만 대응 안일…재범 위험 높은 사건 선별 관리
- 양희문 기자, 이상휼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이상휼 기자 =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5년이 흘렀지만 관계성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적 뒷받침은 마련됐으나 수사 기관의 안일한 대처와 사법 당국의 소극적 법 적용이 관련 범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재범 우려가 있는 가해자의 경우 적극적인 관리·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에서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1206명이다. 이 중 잠정조치 3-2호(위치추적 전자장치)와 4호(구금)를 신청한 건수는 각각 22건(1.8%), 133건(11%)이다. 경찰은 피해자 주거지 접근금지와 정보통신 이용을 통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거나 사안 중대성이 큰 경우 3-2호와 4호를 신청한다.
하지만 경찰 신청 건수 중 4분의 3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해 3-2호와 4호의 법원 인용률은 각각 27.3%, 27.1%에 불과했다. 2024년의 37.5%(3-2호), 49.2%(4호)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구속영장 발부율도 58.3%로 전년(62.2%)과 견줘 3.9% 낮다.
경찰은 구속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금이나 구속 조치가 내려지려면 혐의를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수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도 구리경찰서가 핵심 증거인 피해자 차량에 장착된 위치추적 의심 장치 감정 결과를 기다리던 중 발생했다. 구리서는 이 결과가 나오면 구속영장과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스토킹 사건의 경우 잠정조치 1~3호는 바로 내려지는데, 구속 사안은 검찰과 법원에서 엄격하게 따진다"며 "경찰이 신청해도 검찰 청구 단계에서 막히거나 법원까지 가더라도 발부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며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지만 법원 판단은 여전히 소극적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전자발찌와 구금 등 기본권 제한 조치는 거의 기각돼 유명무실해졌고, 재판에서도 스토킹 가해자가 실형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법원의 판단이 사회적 인식과 현행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법 당국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다.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피해자가 안 죽고, 안 다쳤으니까'란 논리"라며 "피해자는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데, 보이는 피해가 없다 해서 법 집행을 약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소가 돼 재판에 넘겨져도 벌금형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렇게 판단할 수가 없다"며 "제도도 괜찮고 처벌 수위도 낮지 않은데, 이걸 운영하는 사람이 활용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위원은 "같은 스토킹 사건을 보더라도 현장에서 보는 경찰과 서면으로 보는 법원 사이 심각성을 보는 격차가 큰 것 같다"며 "경찰은 제도적 장치하에 엄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데, 실제 적용되는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의 안일한 대응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 기관은 이 사건이 구속 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가 수차례 위험신호를 경찰에 알렸고, 피의자의 전과를 고려하면 구속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이 사건은 일반적 사안과 달리 범행이 발생하기 전 여러 재범 조짐이 보였다"며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고, 피의자의 전과 이력을 보면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스토킹 관련 범죄와 관련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안을 분류,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는 "수사관 1인당 70~80개 사건을 담당하는 등 경찰 업무 과중 문제가 크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은 스토킹 사건의 경우 따로 선별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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