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드릴 든 스토커의 치밀한 살인…누적된 위험신호는 왜 외면됐나

피해자, 거처·직장 옮기며 경찰에 수차례 도움 요청
불법 장치 발견 뒤에도 신병 확보 안 돼 결국 참변

(남양주·구리=뉴스1) 이상휼 양희문 기자

강력 성범죄 전력을 가진 전자발찌 찬 40대 스토커 남성을 피해 직장·거처 옮기고, 위치추적 장치도 아버지와 찾아내 경찰에 지켜달라고 호소했는데…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에게 살해된 20대 여성은 범행 전까지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거처와 직장을 옮기고,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까지 사용했지만 살인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경기북부경찰청은 사건 처리 전반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달 자신의 차량에 위치추적 의심 장치가 달린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장치는 피해자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장치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이후에도 피의자에 대한 즉각적인 신병 확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스토킹과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父 운영 카센터서 위치추적 장치 발견해 신고…경찰은 불구속 수사 지속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구리, 남양주, 서울 노원구 등으로 거처와 직장을 옮겼지만, 가해자가 계속 주변에 나타나면서 차량에 위치추적 장치가 달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위치추적 장치는 피해자 차량 하부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국과수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처와 직장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도 동선을 따라붙을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장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 판단이다.

가해자는 이후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뤘다. 경찰은 감정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당시로서는 구속영장 신청 요건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의자는 이미 강간치상 사건으로 2016년부터 2029년까지 13년간 전자발찌를 부착 중이었고, 피해자를 상대로 한 특수상해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정도 위험 신호가 누적됐다면 보다 적극적인 신병 확보 조치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지만, 피의자가 100m 이내로 접근할 경우 경보가 울리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 통보로 옥죄어 오자 '변호사 선임' 핑계로 시간 번 후 치밀한 살해

가해자가 자신에게 적용될 혐의와 처벌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의 연락이 이어지자 체포나 구속 가능성을 예상했고, 그 전에 범행을 결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사 결과, 가해자는 범행 이틀 전부터 피해자가 다니던 직장 주변을 배회하며 동선을 살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일인 14일 오전에는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 차량 앞을 막아 세운 뒤 전동드릴로 차창을 깨고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범행 직전 오전 8시 56분 스마트워치로 112에 신고했지만, 2분 뒤인 오전 8시 58분 피습을 당했다. 가해자는 범행 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났다가 약 1시간 만에 경기 양평군에서 붙잡혔다.

결국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거처를 옮기고, 위치추적 장치까지 직접 찾아내 신고했는데도 가해자 신병 확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 대응의 허점을 드러냈다. 반복된 신고와 경고 신호가 있었는데도 범행을 막지 못한 이유를 두고 후폭풍은 더 커질 전망이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