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작동했는데도 못 막아…스토킹 피해 여성 피살(종합2보)

사실혼 관계였던 40대, 흉기 살해 후 극단선택 시도
수차례 신고에도 구속 없었다…"구금 등 조치했어야"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에 시달리던 20대 여성이 결국 사실혼 관계였던 남성에게 피살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지급한 스마트워치 신고를 접수했으나 끝내 살인을 막지 못했다.

수차례 관련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가해자 신체를 구속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1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8분께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 한 노상에서 40대 남성 A 씨가 20대 여성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 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상태였는데, 범행 직후 전자발찌를 훼손했다.

이어 렌터카를 타고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전 10시 8분께 양평군 양서면 한 도로에서 긴급 체포됐다.

당시 그는 불상의 약물을 복용했으며, 차 안에서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A 씨로부터 여러 차례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이 폭력으로 A 씨는 지난해 5월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고, 가정폭력법상 임시조치 2·3호 결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A 씨는 B 씨를 스토킹했다.

B 씨는 지난 1월 22일 경찰서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비상 연락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다음 달인 2월 2일엔 스토킹 관련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A 씨에겐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3호 결정도 내려졌다.

피해자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나 문자 등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피해자 주거지 접근금지 등의 명령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교제 살인은 막을 수 없었다.

A 씨는 B 씨가 새벽일을 마치고 퇴근하자 직장 앞에서 차에 태운 후 이동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신고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전 살해당했다.

한 현장 경찰관은 "스마트워치 신고 접수 시 긴급 상황으로 인식돼 바로 출동한다”면서도 “가끔 거리가 먼 경우가 있어 다소 시간이 소요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26일 의정부시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다.

50대 여성은 노인복지센터에서 홀로 근무하다 자신을 스토킹하던 6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이 여성도 보호조치 대상자였고 스마트워치가 지급됐다.

14일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40대 남성이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현장./뉴스1 양희문 기자

경찰이 A 씨의 스토킹 범죄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건의 스토킹 행위가 접수됐음에도 구금 등 적극적인 신체 구속 조치를 하지 않아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구리경찰서에 구속영장 및 잠정조치 4호(구금) 신청을 지휘했는데, 구리서는 위치추적 장치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기다렸고 그 사이 범행이 발생했다.

또 이번 사건의 경우 A 씨가 과거 성범죄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경찰이 보다 신속하고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의 범죄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고, 위험성 여부에 따라 기본권 제한이 필요하다"며 "가해자에 대한 위치 추적이나 구금 등의 조치가 그 예다. 현재 피해자 중심의 조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치 적정성 여부와 재발가능성 있는 관계성 범죄에 대해 전수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