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아래 스며든 거장의 숨결'…경기도 미술관으로 떠나 볼까

경기관광공사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등 4곳 소개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가벼운 옷차림에서 봄이 느껴지는 3월, 일상의 감각을 깨우는 현대미술에 몰입하기 좋은 때다. 경기도의 여러 미술관에선 거장의 건축과 조각, 회화와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의 도전적인 행보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최근 전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관람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등 3월에 가볼 만한 경기도 내 미술관 4곳을 소개했다.

자연을 품고 싶은 건축의 시인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자연을 품고 싶은 건축의 시인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건축 그 자체로 작품이기 때문에 전시를 보고 나오면 마치 2개의 전시를 관람한 것 같다. 한마디로 빛과 건축, 예술의 하모니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설계한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다. 그는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고양이를 스케치하던 선에서 영감을 얻어 형태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은 단단한 콘크리트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해 시간별, 계절별로 변화하는 빛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다. 내부의 새하얀 전시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바깥에선 두 개의 거대한 회백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 마치 책장을 넘기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미메시스는 2005년 출판사 열린책들이 설립한 예술 전문 브랜드다. 1층 북카페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지만 미메시스의 얼굴, 날개, 캔버스, 전망대, 중심으로 불리는 총 5곳의 포토스폿에서 특별한 기념사진을 남겨도 좋다.

이달 2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Drama드라마'는 서동욱, 서상익, 윤미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 속 인물이 어떻게 감정과 관계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탐구로부터 출발한다. 건축과 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공간과 작품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공유 가능한 유산, 백남준 세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공유 가능한 유산, 백남준의 세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올해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는 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를 계기로 그의 예술을 '공유 가능한 유산'으로 재정의한다. 특정 세대나 전문가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공공재로서 작가가 남긴 예술의 가치를 되짚어보겠다는 의미다.

백남준 작가는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한 작품을 발표하며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브라운관을 단순한 화면이 아닌 조형 재료로 다루었고,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영상을 결합했다.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시사이저를 개발해 기술과 예술의 교집합을 계속 확장해 갔다.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외관은 여러 겹의 거울로 이뤄졌는데, 1959년 백남준이 '존 케이지에게 바침'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에서 피아노를 부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1층은 대표작 'TV정원'과 제1전시실, 2층은 제2전시실과 작가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가 있다. 이달 19일부터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불연속의 접점들' 전시가 열리며 개막공연도 펼쳐진다. 예술은 좋지만 아직 낯설다면 아트센터에서 천천히 현대미술에 다가가 보자.

음악과 미술의 연결성 '과천 K&L뮤지엄'
음악과 미술의 연결성 '과천 K&L뮤지엄'.(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K&L뮤지엄은 우면산, 관악산,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뒷골'에 자리한다. 도시의 흔적은 살짝 비켜내고 사유와 음악을 가득 채운 미술관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미술관은 올해 개관 3주년을 맞았다. 이름 기념해 24명의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K&L 뮤지엄 소장품 전'이 4월 12일까지 열린다.

K&L의 미술 컬렉션 바탕에는 '음악'이 자리한다. 전시장 벽면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가 흐른다. 이는 설립자인 김성민 대표(기존 김진형 대표로 기재된 내용 수정)가 작가의 영감이 '음악'에서 비롯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음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시각과 청각이 겹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간은 조용하지만, 감각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K&L미술관은 아버지 김성민 대표와 그의 딸 김진형 학예실장이 함께 운영한다. 2025년 새롭게 문을 연 자매 공간 K&L 라이브러리도 함께 가보면 좋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프란시스코 고야 등 19,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페인 거장들의 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음료와 와인을 판매하는데 미술관 관람객은 할인 혜택이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자리에서 음악과 함께 작품을 마주하는 시간. K&L뮤지엄은 감상을 천천히 이어가기에 어울리는 공간이다.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경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언뜻 보면 '저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러다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한 번에 그어 내려간 선 위로 까치가 날고, 소가 울고, 집에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그때가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을 다시 만나는 순간이다. 산과 나무, 새와 달, 그는 대상을 단순하게 간추려 화폭에 담았다.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맑고 담백해 보이지만, 오히려 덜어낸 자리에서 더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좋은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일영봉, 형제봉, 수리봉으로 둘러싸인 장흥계곡에 위치한다. 매표소를 지나 드넓은 조각 공원은 미술관과 연결된 야외 갤러리 같다. 석현천 위로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 만나는 미술관은 호랑이가 산속에서 편안히 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장욱진 화가의 대표작 '호작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1층은 중정과 여러 개의 방으로 연결된 구조며, 2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한 분위기이다. 무심코 입장하면 그 특별함을 놓치기 쉽다. 눈높이를 하늘에서 떨구어야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술관 내부에는 건축 모형도 전시돼 있어 공간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장욱진 화가의 덕소 작업실 부엌에 그려진 벽화를 떼어내 전시된 작품 '식탁'과 '동물가족'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보길 권한다. 오래 머물러 감상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