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님 30% 줄어"…'이란 사태'에 주유소도 운전자도 울상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를 선언하는 등 중동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026.3.3 ⓒ 뉴스1 최지환 기자

(오산·수원=뉴스1) 김기현 유재규 기자

평소보다 손님이 30%가량 줄었는데, 국제 유가 전망이 불확실해 기름값 인상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4일 낮 12시께 경기 오산시 한 주유소에서 만난 사장 A 씨(40대)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 덤덤한 어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A 씨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은 리터(L)당 각각 1795원, 1715원. 그는 이틀 전인 지난 2일 휘발유 가격을 1745원에서 50원 더 올렸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국제 유가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기록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이란 군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기름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도 A 씨에겐 부담이다.

그는 "매출로 따지면 300만~400만 원이 감소한 상황"이라며 "국제 유가가 더 오를지, 안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기름을 막 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름값을 인하하면 손님은 늘 것"이라면서도 "저희처럼 소규모 주유소일수록 비싼 임대료를 메우기 위한 마진이 중요해 무작정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고 했다.

4일 낮 12시께 경기 오산시 한 주유소 모습. 2026.3.4/뉴스1 ⓒ 뉴스1 김기현 기자

비슷한 시각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소재 주유소에는 눈 깜빡할 사이에 차 여러 대가 한 번에 몰렸다.

인근 경쟁 주유소보다 비교적 싼 가격(리터당 휘발유 1728원, 경유 1638원)을 내건 영향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싸게만 느껴지는 기름값에 일부 시민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에 주유건을 꽂는 모습이었다.

회사원 B 씨(30대·여)는 "한 달에 3~4번 주유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유가가 오르면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수원에 1800~1900원대인 곳도 있다"며 "더 오르면 차량 운행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경기지역 주유소와 운전자가 근심에 잠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65.70원이다.

지난 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올해 1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리터당 1700원을 돌파한 후 오름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유 역시 약 2개월 만에 리터당 1600원 선을 넘어 1700원 선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706.66원이다.

이는 국제 유가가 국내 공급가에 반영되기 전, 이란 사태를 우려한 일부 주유소가 미리 가격을 올린 영향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영업자 C 씨(50대)는 "혹시 경유가 리터당 1600원대라도 있을까 해서 저렴한 주유소를 찾았다"며 "그러나 기름이 더 들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했다는데,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합리적 금액을 제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