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동 풀린 트럭 막다 하반신 마비·폐업…"보험사도 고양시도 의인 외면"

"아버지, 선행 일상인 사람…희생 헛되지 않은 사회 되길"
고양시청 "전례 없어…정확한 입증 자료 필요"

양 모 씨가 운전자 없이 도로 위를 미끄러지던 1톤 화물차를 세우려고 올라탄 모습. (사진 및 영상=경기북부경찰청) ⓒ News1

(고양=뉴스1) 이상휼 기자

"여보, 저 차 운전자 아픈가 봐. 큰 사고 날 수 있으니 빨리 가서 멈춰봐."

지난달 24일 오전 7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있는 반찬가게로 평소처럼 아내와 출근하던 양 모 씨(67)는 도로 위를 유난히 천천히 지나는 1톤 화물차를 발견했다.

정상적인 속도가 아니었기에 양 씨 아내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직감했다.

양 씨 역시 운전자가 급성 통증으로 아프거나 정신을 잃어 운전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은 아닌지 우려됐다. 이에 운전자를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양 씨가 차를 향해 달려가 조수석 창문을 두드렸지만, 운전자는 반응이 없었다. 주변이 어두워 내부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여러 차례 두드리며 살펴봐도 운전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차는 서행하고 있었고, 도로에는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등 다른 차들이 뒤따르던 상황이었다. 자칫 다중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차를 세워야겠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한 그는 차 앞을 가로지른 후 운전석에 접근해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러나 양 씨가 올라탄 순간 차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순식간에 속도가 붙었다. 때마침 양 씨가 핸들을 돌린 탓인지 차는 전복됐다.

양 씨가 올라타 핸들을 꺾지 않았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중상을 입은 양 씨는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총 4차례 수술을 받았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지난 2일 의식이 간신히 돌아왔으니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다.

어깨뼈와 양쪽 골반이 부러지고 온 신경이 끊겨 하반신 마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사소통 역시 불가능한 상태다. 병원 치료비도 이미 수천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보상받을 길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화물차 보험사는 '보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년간 아내와 함께 운영해 온 반찬가게도 이달 말 폐업하기로 했다. 아내와 가족은 생계를 미루고 양 씨 치료와 간호에 힘을 다하기로 했다.

앞날이 막막해진 양 씨 가족은 최근 고양시청 복지정책 부서에 '의사상자'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문의했다.

고양시는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복지정책 부서 관계자는 양 씨 가족에게 "이런 사례는 접해본 적이 없다. 양 씨의 행위로 누구를 구했고, 그 차로 인해 양 씨 외 누가 다쳤고, 어떤 재산을 보호했는지 정확한 입증 자료를 갖춰 제출해야 한다. 입증 자료가 없으면 안 된다"고 안내했다.

양 씨 가족은 이를 '완곡한 거절'로 받아들이고 포기했다.

양 씨는 강원 속초에 거주할 때부터 홀몸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지속해 온 따뜻한 성품의 인물이라고 한다.

장구를 배워 노인복지센터에서 공연을 펼치고,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고양 지역의 홀몸노인을 위한 도시락 나눔, 연탄 봉사 등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번 사고도 눈앞에서 목격한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가족의 설명이다. 양 씨 가족은 "단골이 위로해 주고 있어 힘을 내고 있다"며 "아버지의 희생이 헛되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 씨는 평소 도시락과 팥죽 나눔, 연탄 봉사, 노인복지센터 각설이 공연 등을 해오며 지역사회 노인들을 위해 선행을 이어왔다고 한다. ⓒ News1 이상휼 기자

경찰은 차주 A 씨가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았고, 기어를 주차(P)가 아닌 주행(D) 모드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A 씨가 이런 상태의 차를 갓길에 둔 과실은 있지만, 범죄 혐의점은 없어 처벌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