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젖은 흉기'…의붓형도 생면부지 여성도 무참하게 꺾였다
[사건의재구성]시흥 의붓형·편의점 근무여성 살해 30대 용의자
'사형' 구형에 법원 '심신미약' 들어 징역 30년 선고…유족 좌절
- 유재규 기자
(시흥=뉴스1) 유재규 기자 = 지난 2월12일 경기 시흥시 거모동 일대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A 씨(36)는 지난 2월12일 오후 6시 10분쯤 시흥 거모동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B 씨(20대·여)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 씨는 이에 앞서 자택에서 이미 자신의 의붓형 C 씨(30대)도 흉기로 살해했다.
A 씨와 B 씨는 일면식이 없는 관계다. B 씨의 피살 원인은 다름 아닌 '보복살인'이다.
과거 B 씨의 친언니 D 씨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중 손님 A 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다. D 씨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A 씨는 이때부터 D 씨에 대해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2월12일 의붓형인 C 씨가 자신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A 씨는 약 20차례 C 씨를 향해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이때 자신을 신고했던 편의점 여성 직원에 대한 악감정도 다시 떠오르게 됐다고 A 씨는 진술했다.
A 씨는 범행 후 자택에서 빠져나와 과거 자신을 신고했던 여성이 있던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하필 이날 그 편의점의 근무자는 D 씨의 동생 B 씨였다. 그러나 이미 이성을 잃은 A 씨에게 신고자가 B 씨냐, D 씨냐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다.
당장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희생자가 필요했던 것이고 결국 당일 근무를 하고 있었던 B 씨가 A 씨의 무자비한 범행에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A 씨를 일반살인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경찰은 A 씨를 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죄는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중하다.
지난 9월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머리가 희끗하게 센 중년의 남성이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차분한 어조로 말을 힘겹게 꺼냈다. 그는 B 씨의 부친이었다.
자신의 딸을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과 지근 거리에 있었지만 격분하지도, 분통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판사님, 사형을 선고하실지 모르지겠지만 만약 무기징역을 선고하신다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선고해 주세요"라고 재판장에게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함께 온 유족도 방청석에서 흐느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렷다.
그러나 법원은 '사형'을 구형한 검찰의 구형량에 비해 크게 부족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 입원 치료를 해오다 퇴원한 뒤, 스스로 복용하던 약을 끊은 A 씨가 2월 12일 사건 당일에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법원의 판시 이유였다.
검찰의 구형량보다 한참 미치지 못한 판결에 유족은 한동안 슬픔에 빠져 한동안 방청석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A 씨는 지난 9월 23일에, 검찰은 같은 달 26일에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A 씨에 대한 2심은 수원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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