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키워준 작은아버지 둔기 살해한 60대 조카 항소심도 '무죄'

1심 '무죄'…"범행 의심 여지 있으나 증거 부족해"
2심도 "의심되지만 다른 원인 사망 가능성 배제 못해"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28년간 함께 살며 자신을 거둬준 삼촌을 살해한 60대 조카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검찰이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 기각됐다.

1일 수원고법 형사2-3부(고법판사 박광서 김민기 김종우)는 A 씨(60대)의 살인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하고 있어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지 의심이 되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동기를 특정하지 못하는 점,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발성 손상을 가해 그로 인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폭행이 폭행치사인지 상해치사인지, 고의로 살해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며 "이 법원이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A 씨는 구속 중 석방됐다.

A 씨는 2024년 1월 31일 새벽 경기 수원시 주택에서 함께 사는 삼촌 B 씨(70대)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같은해 2월 7일 오후 '아버지가 사흘째 연락되지 않는다'는 B 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B 씨의 주거지에서 숨져있는 B 씨를 발견했다.

당시 경찰은 해당 주택 내 다른 방에 있던 A 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검거 당시에도 B 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A 씨는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모 사망 후 일정한 직업이 없던 A 씨를 B 씨가 28년간 부양했음에도, A 씨가 B 씨를 살해하고 1주일간 시신을 주거지에 방치한 것으로 보고 A 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법정에서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제3자의 범행 가능성,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볼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면서 "이 사건 건물 공동 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3자 출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도구로 특정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상처 형태를 봤을 때 드라이버 날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아 십자드라이버가 범행 도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또 다른 범행도구로 특정된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진술을 하고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은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공소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A 씨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석방된 후 대구 달성군에 거주하던 중 피해자의 아들이 찾아와 항의하자, 이에 격분해 톱을 들고 내리쳐 중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재차 구속된 바 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