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미달 심각한데"…국공립유치원 건립에 사립유치원 '반발'

안양과천 사립유치원들 “단설유치원 대신 어린이 체험관 설립” 촉구
교육청 “개원 후 유휴교실 남으면 체험관 변경할 지 검토”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교육부 앞에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 촉구 집회를 갖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뉴스1 자료사진.

(안양=뉴스1) 이윤희 기자 = 경기도 안양과천지역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유치원들은 매년 원생이 줄어 난리인데, 관할 교육청이 수백명 규모의 국공립 유치원(단설유치원) 건립 공사를 강행하면서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2024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정원 250명 규모의 단설유치원(동안구 비산동) 건립 공사를 추진 중이다.

해당 단설유치원은 안양·과천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당초 3월 개교 예정이었으나 공사 지연으로 개원 예정일이 6개월 정도 미뤄졌다.

사립유치원들은 그러나 단설유치원 설립은 원생 미달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아교육 현장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건립 중단 촉구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립유치원 연합회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안양과 과천에서는 전체 44개 유치원(전체 정원 5901명) 중 39개 유치원에서 1487명(25%)이 미달됐다.

정원 절반 가까이 못채운 사립유치원도 수두룩 했다. 심지어 안양 A사립유치원의 경우에는 정원 196명 중 140명이 미달되기도 했다. 원생이 없어 휴원과 폐원을 한 유치원도 3곳이나 됐다.

국공립유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안양과 과천지역 병설유치원과 단설유치원의 미달 인원은 전체 정원 1631명 중 528명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체험관 설립을 위한 청원서.

사립유치원들은 정원 미달 사태로 고심하는 유아교육 현장을 고려해, 단설유치원을 어린이 체험관으로 변경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안양시 사립유치원 연합회 이정옥 회장은 "출산율 저조로 매년 원생이 줄고 있어 모든 유치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유치원을 더 짓겠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리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유아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어린이 체험관으로 변경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양과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들의 사정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단설유치원 개원 후 남는 유휴교실이 생기면 어린이 체험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립유치원 연합회는 지난달 30일 학부모를 비롯한 사립유치원, 어린이집 구성원들의 서명이 담긴 어린이 체험관 설립을 위한 청원서를 교육청에 전달했다.

l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