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뱀 형상 외계인" 살해 아닌 살생 주장한 딸…2심도 징역15년
"부모가 뱀 형상의 외계인…사람 '살해' 아닌 뱀 '살생'" 주장
30대 딸 심신상실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어느정도 상황 판단해 범행 한 것으로 보여"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놓고 '살인'이냐 '살생'이냐를 다툰 이례적인 재판에서 재판부는 결국 '살인'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30대 딸의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이 맞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에게 원심과 같은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30대 딸이 주장한 '심신상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만일 재판부가 '심신상실'을 인정했다면 부모를 잔혹하게 죽인 30대 딸은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형법 제10조1항에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 즉 심신상실 상태에서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심신상실이 인정돼 무죄가 내려졌더라도 피고인에게는 1심에서 '치료보호감호처분'이 선고됐기 때문에 법무병원에 수용돼 치료를 받는 조치는 이뤄지게 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박선준·정현식·배윤경)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0대·여)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측 변호인은 "A씨가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해했지만 '심신상실' 상태에서 부모가 '뱀 형상을 한 외계인'으로 보여 살해한 사건으로, 살인이 아닌 '살생'"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부모를 뱀과 외계인으로 인식했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뱀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살생이 맞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 측은 1심에서도 '심신상실'을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신미약'만 인정한 바 있다.
지난달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측은 "피고인과 부모들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고 사이가 너무 좋았다"며 이를 뒷받침할 A씨와 A씨 모친 사이의 휴대폰 문자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문자에는 '엄마 사랑해', '엄마 110살까지 살아줘 호강시켜드릴게'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측은 또 '심신상실'을 입증할 A씨의 일기장도 제출했다. '나는 사실 김치녀', '하나님에게 김치녀라는 말을 들었다', '외계인 지구점령 2029년까지 80% 인구감소' 등의 내용이 담긴 일기장이었다. A씨측 변호인은 "일기장을 보면 범행일이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심신상실 상태에 들어간다"며 "본인의 자아가 아닌 다른 자아가 메모를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측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심신상실을 주장하기에 앞서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후회한다"며 "정신분열증에 따른 망상에 지배돼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피해망상 등이 폭발해 환청이 들리면서 피고인 본인 자아가 아닌 알 수 없는 자아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보더라도 피고인이 부모를 원망하거나 과거에 다툰 적이 없다"며 "이 사건 범행은 심신상실 상태 외에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A씨도 재판부에 "또 다른 자아의 망상에 사로잡혀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했고 (부모님을) 변신을 한 외계인이라고 생각해 정말 죄송하다"며 "죄책감에 살아갈 자신이 없어 극단선택도 생각했지만 세상에 기댈 곳으로 오직 남겨진 여동생이 있다. 저희 자매를 측은하게 봐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살인의 동기'를 갖고,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상태'에서 해당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계부를 간병하느라 자신의 친모인 피해자가 힘들어했다는 등 계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반복해 드러냈다"며 "피고인은 계부를 먼저 살해 후 이를 모친이 제지하자 같이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로 미루어, 계부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던 피고인이 계부를 살해하던 중 모친이 이를 제지하자 같이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A씨측이 제출한 문자내용과 일기장 내용만으로 A씨에게 살인의 동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A씨는 범행 현장에 있었던 모친이 키우던 개를 보고 잘못을 했어도 (개는)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스스로 행위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을 보면 A씨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판단하고 스스로 의사를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 선고 결과에 대한 검사와 A씨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7월21일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에서 계부(60대)와 친모(5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흉기로 부모의 눈과 성기 등을 수백회 찌르는 등 잔혹하게 살해했다.
아파트에는 A씨 부모만 생활했고, A씨는 따로 살았다. 계부는 뇌졸중 등 지병으로 10여년 넘게 병상에 누워지냈고 친모가 부부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후 체포 과정에서 "귀신이 시켜서 그랬다" "빙의했다"는 진술을 하며 횡설수설했다.
A씨는 2015년 3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고 한 달간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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