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약산마을 아시나요”군 부사관들이 모여 만든 동네…옛 정취 가득

개발의 압력 속에서도 골목마다 80년대 옛 정취 한가득
인구유입에 주민갈등 조짐…낡은 주택 안전 위협, 재개발 시급

지난 1980년대 군 부사관들이 모여 형성된 고양시 일산동구 약산마을. 마을 초입에서 바라본 중앙 통로. /박대준 기자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드라마 속에 들어온 느낌이에요. 시간이 멈춘 동네 같아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2동 ‘약산마을’은 일산신도시에서 벗어난 고봉산 자락 아래 군부대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일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런 동네가 있었어?” 할 정도로 작고 허름한 주택과 골목길을 볼 수 있다.

마을 초입에는 편의점과 음식점 등 상가들이 일부 형성되어 있지만 안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발소와 상점 등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나 봄직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100m 남짓의 좁은 오르막길 한쪽으로는 단독주택들이, 맞은편으로는 지은지 오래된 듯한 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이런 마을 풍경 탓에 이곳에서는 종종 드라마나 영화 촬영 모습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한 마을 주민은 “집 문앞에 수건 등 기념품이 놓여 있으면 ‘또 촬영 왔구나’ 라고 여기곤 한다”며 “워낙 좁은 골목이라 촬영이 있는 날에는 주차 문제로 주민들이 반발이 심해 언제부턴가 이런 관습이 생겼다”고 전했다.

마을 초입에 세워진 약산마을 표지석. /박대준 기자

예전에는 지역 토박이들로부터 ‘하사관주택’이라고 불린 이곳은 어느 순간부터 약산마을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사관’이란 명칭이 부사관을 홀대한다는 느낌 때문에 군대 내에서 사라지면서 이 마들도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오래전 동네에 있던 약수터의 ‘약’과 고봉산의 ‘산’을 합쳐 ‘약산’이란 이름으로 마을을 부르기 시작했다.

마을의 유래는 과거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1980년대 군인들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백마부대 사령부 옆 임야를 매입해 당시 복무중이거나 퇴역한 부사관들과 월남 파병 군인들에게 200㎡(약 60평)씩 바둑판처럼 나눠 분양했다.

이때 분양을 받아 들어온 부사관과 일부 민간인 120가구가 마을의 시작이다.

이후 일산신도시 개발과 함께 개발 붐이 일면서 주변에 빌라들이 속속 지어지면서 현재는 580세대,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금도 대부분 일산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들이 많은 이유다.

그래서인 동네 곳곳에서 70~80대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을회관 인근에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평상에 할머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60평 균일 규모로 형성된 약산마을 단독주택 골목.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박대준 기자

그러나 최근에는 빌라를 중심으로 젊은층의 유입이 늘면서 마을의 새로운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워낙 낡은 주택이다 보니 전·월세 가격이 낮아 주변에 직장을 둔 독신가구가 많이 찾고 있다. 여기에 인근 일산역 주변 개발로 역 주변에 있던 조선족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이 이주해 왔다.

이런 가운데 고질적인 주차 문제는 물론 쓰레기 불법투기로 작은 동네 안이 일년 내내 몸살을 앓고 있다.

고양시에서 계도도 하고 단속도 벌이며, CCTV까지 설치했지만 쓰레기 문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한숨을 쉰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원래 사시던 분들은 고집이 세고, 새로 이사온 주민들은 이기적인 성향이어서 화합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1980년대에 준공된 약산마을 빌라들은 노후도고 높아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 빌라의 담벽이 무너질 듯 위태로운 모습. /박대준 기자

여기에 당장 보수가 필요할 정도로 낡은 주택들은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한 빌라 반지하층은 일년 가까이 비워져 창고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올 여름 큰 비가 내려 침수되면서 소방차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또한 인근 빈 단독주택은 지붕이 내려앉은 채로 계속 방치되어 있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이에 오래전부터 주민들 스스로 재개발이 추진되어 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자신을 마을 토박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주변이 다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 마을만 30년 이상 변한게 없다”며 “이유는 주민들의 개인 이기주의가 크다. 조금만 서로를 이해하고 이웃간 관심을 갖고 공동체를 형성한다면 보다 좋은 마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