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수구 시커먼 물 콸콸 올라와"…폭우에 잠긴 남양주 신하촌마을

침수 주택 벽지 물자국으로 얼룩덜룩…"이런 일 처음"
제방붕괴·산사태 우려까지, 주민들 "목숨 불안해요"

9일 찾은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신하촌마을 한 주택. 전날 입은 침수 피해로 집안이 난장판이다. ⓒ 뉴스1 양희문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하수구에서 시커먼 물이 막 올라왔다니까. 어젯밤 난리도 아니었어.”

집 안에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바닥은 축축했고, 벽지는 물 자국으로 얼룩덜룩했다. 옷가지는 흙탕물에 물들어 어두운 빛깔을 냈다. 식기와 가전용품에선 물이 뚝뚝 떨어져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9일 낮 12시께 찾은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신하촌마을의 한 주택 모습이다. 이 집은 지난 8일 오후 8시께 집중호우로 하수구가 역류하면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 화장실, 주방, 창고 등 하수구가 있는 곳이라면 물줄기가 쏟아졌고, 심지어 콘크리트 바닥 틈새로도 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올라온 물은 불과 30분 만에 집 전체를 집어삼켰다.

이곳에 사는 주민 정은숙씨(63)는 “25년 가까이 이 집에 살고 있는데 침수된 적은 처음이다. 하수구에서 시커먼 물이 역류하면서 순식간에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며 “너무 급해서 아무것도 못 챙긴 채 몸만 나왔다”고 말했다.

신하촌 마을 주민 정은숙씨(63)의 집 화장실이 역류한 물에 의해 침수됐다. ⓒ 뉴스1

또 다른 피해 주민 이혜승씨(58)는 “어젯밤은 완전히 전쟁이었다. 물을 아무리 퍼도 계속 땅에서 올라왔다”며 “대부분 주민이 어르신인데 사태가 커지면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 상황이었다”고 했다.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에선 전날 5가구가 침수, 이재민이 9명 발생했다. 추가 사고가 우려되는 탓에 침수 피해를 겪지 않은 주민들도 인근 다목적회관으로 긴급히 대피했다. 다행히 경기북부지역은 밤사이 비가 소강상태를 보여 추가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11일까지 최대 300㎜의 비가 더 올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산사태와 제방 붕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다.

남양주시 퇴계원읍 신하촌마을 뒷산. 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자갈이 흘러내리고 있다. ⓒ 뉴스1

실제 몇몇 가구는 뒷산과 맞닿은 상태다. 문제는 전날부터 산에서 토사가 조금씩 유출된다는 점이다. 한 주택을 돌아 뒷면을 보니 산과 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팔라 흙과 자갈이 빗물과 함께 흘러내렸고, 나무들은 뿌리를 보인 채 위태롭게 서있었다. 제방 역시 곳곳이 갈라졌고, 그 틈새로 하천 물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산과 제방 모두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주민 신성호씨(67)는 “보시다시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데 뭐 하나라도 터지면 마을 사람 다 죽는 거나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시청 직원들은 신하촌마을을 찾아 수해 지원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제방 붕괴와 산사태, 하수관 역류 등 문제 등에 대한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해서다. 수해 지원도 감전 우려 탓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8일 오후 8시께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 신하촌마을 앞 도로가 침수된 모습. ⓒ 뉴스1

김석종 신하촌마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장 주민들은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데 시에서는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이곳은 저지대여서 제방이 붕괴되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보수가 필요하지만 일단 비가 그쳐야 보수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경기지역은 4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경기지역에는 11일까지 100~300㎜(많은 곳 경기남부 35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폭우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는 8일부터 이틀간 인명구조 5건, 급수지원 78건, 안전조치 139건 등 222건이 접수됐다.

9일 김석종 신하촌마을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안한 눈으로 제방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