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의 동행]"유기견 불쌍한 모습보다 잘 돌보는 모습 보여줄게요"
사설 동물보호소 '유기견숲' 박준성 소장 현장 인터뷰
- 최서윤 기자
(이천=뉴스1) 최서윤 기자 = '보호가 아닌 삶을 위한 곳'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사설 유기유실동물보호소인 '유기견숲'을 나타내는 문구다. 120마리 개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평소 소장 혼자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전국의 동물보호소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정돈이 잘 돼 있었다.
"단순히 유기견이 불쌍하고 끌어안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에요. 입양 가기 어려운 개들이지만 10~15년(나이를 추정할 수 없는 개들의 평균 수명) 동안 잘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시설 관리를 하는 거죠."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박준성 소장의 말이다.
◇ 직업군인 제대 후 애견호텔 시작…유기견 늘면서 쉼터 돼
동물단체 관계자의 추천으로 지난 4일 '유기견숲' 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봉사를 했던 카디날코리아 관계자의 추천도 있었다. 쉼터에는 애니멀알파에서 온 봉사자들도 여럿 있었다.
박 소장은 "10년 넘게 보호소를 거의 혼자 운영하다 최근 봉사 신청을 받고 있다"며 "봉사자 분들이 오시니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젊은 편인 박 소장(38세)은 솔직하게 자신이 보호소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한 박 소장은 애견호텔을 하게 됐다. 처음엔 개들과 함께 지내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돈을 벌어야 개들을 돌보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데 소득이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호텔에 개를 맡긴 사람들은 찾으러 오지 않았다. 그렇게 버려진 개들을 떠맡게 됐다.
그는 "20대 때 직업군인으로 있다가 제대하고 애견호텔 사업을 시작했다"며 "호텔을 1년 넘게 하는데 어느 순간 버려진 개들이 늘어나면서 30~40마리가 됐다. 개들에게 또 다시 버려지는 아픔을 줄 수 없어서 쉼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얼마 안 되는 후원금과 위탁비로 개들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본인이 직접 시설공사를 진행했다. 애견호텔을 하면서 배운 훈련기술을 이용해 개들을 교육도 했다.
월세, 사료비 등은 가정견 호텔링과 훈련을 하며 충당했다. 틈날 때 공장일까지 했다. 불쌍한 모습의 동물들을 앞세워 동정심을 자극하고 후원을 받기보다 직접 돈을 벌어 개들을 위해 썼다. 시설공사에 소독까지 본인이 직접 하니 비용이 상당 부분 절약됐다.
박 소장은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 개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보호소 앞에 버려진 개들까지 더해지니 어느 순간 120마리가 됐다. 지자체 보호소 개들은 방치돼 새끼를 낳고 떠돌아다니다 들어온 중·대형견이 많다. 현실적으로 입양이 쉽지는 않다.
유기견숲에 이런 중·대형견이 많다보니 아무리 스스로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영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고 보호소의 환경 개선을 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 '보호가 아닌 삶을 위한 곳'…동물과 잘 지내는 모습 보여
영상 속 견사는 실제 보니 더 깨끗하고 쾌적했다. 환기가 잘 돼 냄새가 거의 없었다. 보호소에 한번 다녀오면 온몸에 냄새가 배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견사마다 직접 설치한 난방시설에서 개들은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 설치도 잊지 않았다. 소화기는 비영리단체 천사들의 모임(대표 백혜경)에서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사설 보호소 중에는 열악한 시설과 전기 합선 등으로 불이 나 개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내세웠지만 개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이다.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화재에도 대비한 그의 모습에서 꼼꼼함이 느껴졌다.
개들의 표정도 밝은 편이었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겁내지 않고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만져달라고 애교 부리는 개들도 있었다. 박 소장은 그런 개들을 보며 더없이 다정한 미소를 보냈다.
견사 앞에는 봉사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개들의 사진과 특징을 적은 문구도 적혀 있었다. '보호가 아닌 삶을 위한 곳'이라는 기본 문구 위에는 '사람을 좋아하니 실컷 예뻐해 달라' '사람을 무서워하니 가만히 지켜봐 달라' 등 개들의 입장에서 적은 글도 보였다.
그는 "이 유기견 쉼터의 주된 목적은 구조하거나 입양 보내는 것이 아니다. 모두 다 입양 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10~15년 동안 잘 지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보호소에서 무상 구조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아픈 동물이나 안락사 위기에 놓인 동물을 보면서 구조를 얘기한다.
그런데 강아지, 고양이 구조가 끝이 아니다. 이후 살아가는 문제가 더 크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비를 어떻게 할 것이며, 누가 입양을 할 것인지 등등. 누군가는 구조하는데 그쳤지만 누군가는 이 개를 평생 떠맡아야 한다.
무작정 개, 고양이를 구조하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나 보호소인지 수용소인지 분간 할 수 없는 곳들도 있다. 암수 분리, 중성화 수술 등 개체수 조절을 하지 못해 개들의 지옥으로 불린 옛 '애린원'처럼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집계가 힘든 사설 보호소가 전국에 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박준성 소장은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가 종종 있다. 그는 "과연 유기견을 위해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보호소에 있으면 이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동물보호단체나 동물보호소의 상당수는 특히 후원금 문제로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박 소장은 그런 뒷말을 듣기 싫어서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 쉼터에는 입양 가기 어려운 개들이 많다"며 "그래서 입양 홍보나 병원비 요청보다 개들이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잘 지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입양 가기 힘든 개들도 깨끗한 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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