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청 성범죄 사건 그후…아내가 탄원서 돌리며 2차 가해 '논란'

회식자리서 하급자 성추행 혐의로 50대 공무원 항소심 '유죄'
피고인의 아내 "탄원서는 단 하루 받아…방어권 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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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의정부시 공무원 A씨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아내 B씨가 상급자 C씨에게 성추행 당한 뒤 2차 피해를 겪어왔다고 호소했다.

이에 가해자 C씨의 부인 D씨는 "2차 가해를 할 의도는 없었다. 형사사건 방어권 차원에서 탄원서를 딱 하루 받은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1심 때 적극적으로 다툰 부분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시 공직사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가해자인 의정부시 공무원 C씨(50대)는 2017년 7월13일 의정부시내 식당 회식 자리에서 하급 공무원인 B씨(30대)를 비롯해 E씨(20대)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E씨는 당시 같은 시청 직원과 결혼을 앞둔 사이였으며 결혼 후 임신부 상태에서 가해자에 대한 송사에 임했다.

C씨의 부인인 D씨는 "남편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서 동료 공무원 수십명에게 남편을 위한 '탄원서'를 서명받았다.

탄원서를 써준 공무원들은 "내용은 잘 몰랐다", "간절히 호소하길래 안 써주기 난감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탄원서에 수십명이 서명해준 일이 고스란히 '2차 가해'가 됐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B씨는 휴직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처는 피해자들과 함께 근무하는 의정부시청이라는 조직과 유관기관에서 피해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고인을 위한 탄원서를 받으러 다녔다"며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동료들에게까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노출하고 사건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심어주어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고인측은 범행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금에 와서 피해자에게 진정성 없는 합의를 시도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는 등 동정을 구하고 있으나 깊어진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며 "두 가정을 무너뜨리고 평범한 일상을 깨트리는 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1500여명의 공직자들이 근무하는 의정부시청 내에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D씨는 "피해자들이 2년 지나고 나서 신고했고, 피해자들이 만나주지를 않는데다 합의 의사가 없길래 우리 부부는 방어권 차원에서 송사에 임했으며 탄원서를 단 하루 받았다"며 "남편의 입장을 보다 더 헤아리려고 하는 아내된 입장에서 한 일이다"고 밝혔다.

앞서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현경)은 지난 19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C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처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원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증인의 진술은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를 입기도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 고소가 범행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행해진 이유는, 피해자들이 모두 의정부시청에 소속된 공무원으로서 피고인과 마주치거나 같은 부서에서 업무를 해야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으며 자신들보다 높은 직급에 있는 피고인을 상대로 바로 고소를 결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해사실로 직장생활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으로 오히려 피고인을 멀리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후 피해자들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성범죄의 피해자로 언급돼 소문이 나는 상황에 처해 뒤늦게 고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높은 직급에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강제추행의 범행을 저질렀음이 증거들에 의해 인정됨에도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다른 상사의 행위를 오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까지 하는 바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 부족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당일 술을 꽤 마셨던 것으로 보이고 사건 당일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났기에 이 사건 범행에 관해 세부적 기억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