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연쇄 아동성범죄자 이명철은 지금 어디에?
10살 미만 여아 6명 대상 끔찍한 폭행·성범죄
항소심서 잇따른 감형…"아동성범죄 처벌 대폭 강화해야"
- 이상휼 기자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국가가 해야 할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 그다음이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년 전인 2008년 3월31일 경기 고양시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해 한 말이다.
경찰서에서 이 대통령은 "경찰이 매우 미온적으로 처리한 것을 보고 국민이 많이 분개했을 것"이라며 범인을 빨리 잡으라고 질책했다.
어떤 범죄였길래 대통령이 관할경찰서를 찾아가 질책했던 것일까.
사건은 이 전 대통령이 경찰을 질책하기 닷새 전인 3월26일 어린 아이를 상대로 벌어졌다.
◇ 일산 초등학생 납치 강간미수 사건 범죄자 '이명철'
이명철(당시 41세)은 2008년 3월26일 오후 3시44분께 아파트단지 내에서 마주친 A양(9)을 뒤쫓아갔다.
A양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서 14㎝ 길이 흉기를 꺼내 위협했다. 이어 이명철은 겁에 질린 아이를 마구 때렸다.
주먹과 발로 아이의 얼굴·배·다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A양이 반항하자 수차례 주먹과 발로 온몸을 폭행했다. 이명철은 A양을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내 인적이 없는 곳으로 끌고가서 강간하려고 했다.
그때 A양의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이웃의 여대생 B씨가 계단을 통해 사건장소로 올라왔고 이명철은 달아났다.
B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자신이 목격한 범인의 인상착의와 범행상황을 설명했다. 범인의 얼굴은 CCTV에 선명하게 찍혔다.
◇ 부실한 초동수사…대통령이 직접 경찰서 찾아가 격노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출동한 경찰은 '단순 폭행사건'으로 분류해 윗선에 보고했다.
담당형사는 다음날 현장에 도착해 CCTV 화면을 확보하지 않았고, 지문조사도 하지 않았다.
경악한 A양의 부모는 범인의 얼굴이 찍힌 수배전단지를 직접 만들어 주변 아파트 일대에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나흘 후인 3월30일 한 방송사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아파트 승강기에서 납치될 뻔하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면서 "진지한 고민 끝에 문제의 폭행장면과 범인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공개한다"고 설명하며 이 사건을 보도했다.
분노한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 일산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이 이래서 되겠나. 범인을 빨리 잡으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이 격노한 지 몇 시간 만인 이날 오후 8시30분께 이명철이 검거됐다. 경찰이 직접 검거하기 전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한 이명철의 동거녀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명철은 대치동의 사우나에서 쉬고 있다가 붙잡혔다.
◇ 90년대 강남 연쇄 아동성폭행범 이명철…항소심서 '감형'
잡고보니 이명철은 1995년 12월 2건, 1996년 2월 1건, 같은해 3월 2건 등 5건의 아동성추행과 강간 혐의로 복역한 '연쇄 아동성폭행범'이었다.
수법과 범행대상은 똑같았다. 범행장소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아파트 계단, 아파트 상가 등이었다.
피해자들은 5~9살로 채 열 살도 안 된 여자아이들이었다. 이런 아동들에게 이명철은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해 극악무도한 변태적 성범죄를 저질렀다.
범행을 저지르면서 이명철은 "나는 경찰인데 말 안 들으면 감옥에 가둔다" "내 말 안 들으면 찢어죽이겠다.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말을 잘 들어라" "내 말 잘 들으면 살려주고 안 들으면 죽인다" "이후로 나를 만나면 아는 체 하지 말아라", "너네 아빠도 너한테 이렇게 하느냐"는 등의 겁박과 변태적 성도착증세를 보였다.
이명철이 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혼자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피해 아이들은 심각한 피해를 당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1996년 10월10일 서울지법 형사23부는 이명철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11일 서울고법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으로 감형했고 형은 확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1984년 특수강도죄로 소년부송치처분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으로 볼 때 1심 선고 형량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 가석방, 누범기간 '동종수법 재범'…법원은 '또 감형'
이명철은 만기출소 5개월 전인 2005년 12월23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출소 2년3개월 뒤 누범기간 중 이명철은 일산에서 A양에게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재판장 오연정)는 2008년 5월23일 이명철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평생 회복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 누범기간 중에 또 동종범행을 저질렀으며 앞으로 범행을 반복할 위험성도 대단히 높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감형했다.
같은 해 11월28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형남)는 원심을 파기하고 이명철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명철이 주장한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명철이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의 '기분 상태'를 고려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이전에 지인과 다투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손상되고 상당한 정도의 좌절감과 분노감을 경험하게 돼 그 분노감의 표출로써 저항 못하는 대상을 향한 폭력행동이 나타나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피고인은 자아상이 부정적이고 열등감이 심하며,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인 것 같고, 인지적·정서적 차원과 사회적 지지가 매우 제한됐으며, 긴장과 갈등 상황을 견디는 힘은 매우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징역 15년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이명철에 대해 "저항을 못 하는 대상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특별히 소아기호증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철은 10살 미만의 아동들 6명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
대법원 2부(대법관 김능환·양승태·박시환·박일환)는 2009년 2월12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과 같이 징역 8년의 형을 확정지었다.
◇ 이명철 성남 거주…전문가들 "처벌 강화해야"
이명철은 2016년 4월 출소했다. 재판 당시는 전자발찌 제도 도입 직전이라 전자발찌 착용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는 전자발찌 소급제도가 생겨서 착용하고 지낼 가능성도 있다.
이명철은 경기 성남시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0년대에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해 또 '악마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지만 사법부는 오히려 징역 8년으로 '감형'해줬다.
조두순에게 분노하는 한편 조두순처럼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이명철은 실명이 공개된 아동성범죄자임에도 다수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
이명철로 인해 피해 입은 당시 아동들은 평생 심각한 심신의 상처를 입고 살아가고 있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해 처벌이 너무나 미약해 동종범죄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성범죄자들의 사회복귀 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우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금 조두순에게만 주목하는 것 같은데, 수많은 아동성범죄자들이 이미 출소해 활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출소 예정인 범죄자들이 많다. 한층 강력한 보호수용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회장(조두순 사건 피해자 주치의)은 "우리의 제도는 피해자 회복이나 생존에 대해서는 후진국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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