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경험하지 못했던 수능"…조용한 응원 속 '긴장+불안 ↑'
[2021수능] 파이팅 넘치는 응원 대신 가벼운 포옹·주먹인사
감염불안에 방호복 수험생 등장…"증상 숨기고 시험" 소문도
- 최대호 기자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 = "정말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수능 아닙니까. 시험에 대한 긴장감에 감염 불안감까지…. 많이 두렵고 힘들겠지만, 잘 이겨내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수험생 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후배들의 파이팅 넘치는 응원으로 시끄러웠을 시험장 앞은 차분함을 넘어 엄숙했다.
수험생들은 엄마 아빠와 가벼운 포옹을 나눈 후 곧바로 교실로 향했고, 함께 시험을 치르는 친구와는 주먹인사 또는 눈인사로 서로를 격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유래 없는 수능 풍경이다.
수능을 12월에 치르는 것도 지난 1994년 제도 도입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험일이 늦어진만큼 기온도 영하권을 기록하는 등 '수능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수능 시험장 풍경은 '조용한 응원'이 이어진 효원고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공부한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고,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낸 학부모들의 걱정섞인 눈빛에는 애뜻함이 묻어났다.
일부 학부모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된 수능생이 나왔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감염 걱정에 불안해했다.
인천에서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방호복 수험생'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완전 무장'한 이 학생은 현재 인천 부평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석정여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신모씨(40대)는 "일부 수험생들이 증상이 있어도 시험을 본다는 등 흉흉한 이야기도 돌아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찾았다"면서 "무사히 시험을 빨리 치르고 좋은 결과를 함께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충북에서는 교장선생님이 '나홀로 피켓(손팻말) 응원'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주호 형석고 교장이다. 그는 "올해 재학생 후배들의 응원이 없어, 혼자라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 약사고등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의 열띤 응원대신 " '수'능 정답만 찍는 '능'력이 발동됐습니다"는 2행시와 "주문하신 수능대박이 나왔습니다"는 등의 재치있는 현수막이 학생들을 맞았다.
노옥희 울산 교육감은 교문 한편에 서서 "마스크 잊지 마세요, 안전하게! 자신있게"라고 적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입실하는 학생들에게 "시험 잘치세요"라며 격려했다.
광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수험생 응원 금지에 따라 태블릿이나 휴대폰 액정을 활용한 응원 메시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대전에서는 지난 2일 밤 시험감독관이 코로나19에 감염돼 큰 우려를 낳기도 했다. 다행히 교육당국이 감독관 24명을 교체하고 시험장에 대한 긴급 방역소독에 나서는 등 후속조치를 취해 시험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경북 김천에서는 수험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학생은 포항의료원 음압병동에 마련된 시험실로 이송됐다. 다행히 시험은 차질 없이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신분증을 깜빡해 조급해진 수험생들이 속출했다. 늦잠을 자고 버스를 놓쳐 도움요청 신고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수험생 긴급 수송지원에 나선 경찰과 모범운전자회 등 민간차량 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험장에 입실했다.
제주에서는 시험장 문을 폐쇄하기 3분 전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학생이 나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뒤늦게 신분증을 안 갖고 온 사실을 알고 당황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교문 앞까지 빠져나온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안 수능 감독관들이 뛰어나와 학생을 붙잡았다.
다른 방법으로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학생을 다독인 선생님들은 시험장 안으로 수험생을 인솔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위경련 증상을 보인 수험생 1명이 보건실로 옮겨졌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보건실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이 학생은 '시험장을 벗어날 경우, 재입실이 불가하다'는 규정에 따라 시험을 포기해야만 했다.
반면 광주에서는 복통을 호소하는 수험생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수능감독관 1명이 동행하면서 시험을 끝까지 치를 수 있게됐다.
한편 올해 수능 응시생은 49만3433명이다. 지난해 수능보다 5만5301명 줄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수험생은 시·도별로 지정한 별도의 거점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수능에 응시하게 된다. 자가격리 수험생도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지난 1일 기준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총 37명이다. 이 가운데 35명이 수능에 응시한다. 자가격리 수험생 430명 중에서도 404명이 이날 수능 시험을 치른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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