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험수위 군남댐 택시 타고 와 '물구경'…주민들은 발동동 대피
"장관이네. 스트레스 풀린다" 구경꾼 북적…주민들 울상 '희비교차'
- 이상휼 기자
(연천=뉴스1) 이상휼 기자 = 5일 오후 4시께 최북단에 위치한 댐인 경기도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 앞.
물 구경 나온 사람들은 "세찬 물이 콸콸 굉음을 내는데 웅장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 감탄사를 늘어놓았지만, 지역민들은 "불안하다. 짐싸서 대피해야겠다"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군남댐 두루미테마파크에는 '북한에서 보낸 거센 물' 구경 나온 사람들도 북적였다. 군남댐 앞 주차장은 만차였고 주차를 하지 못한 구경꾼들이 주변 도로에 차량을 세웠다. 물 구경하겠다고 택시를 타고 온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주차장에 자리잡고 있는 푸드트럭에는 음료수와 간식거리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푸드트럭 점주는 "지인이 여기서 팔아보라고 권해서 나도 오늘 처음 나와 봤다. 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싱글벙글했다.
임신부, 노인, 어린이 등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중년 커플 등이 서로 전망 좋은 곳을 누비며 '거센 흙탕물'을 구경하기 여념없었다. 기자가 취재하는 30여분 동안 어림잡아 100여명 이상의 인파가 다녀갔다.
한 초등학생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으면서 쉴 새 없이 말을 했는데, 인터넷 방송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같은 시각 연천군청과 파주시청은 긴급재난 문자를 보내 '황강댐(북한) 방류에 따른 임진강 수위 상승으로 저지대 지역민들은 대피명령시 즉시 대피하도록 사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이 구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휴대전화로 똑같은 내용의 긴급재난문자가 도착됐으나 이 곳에 나온 관광객(?)들은 개의치 않았다.
60대 동두천시민 A씨는 "장관이다. 댐을 통과하며 소용돌이치는 세찬 물을 보니까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서 "댐 높이로 봐서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군남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70)는 "한밤에 비가 세차게 내리면 몹시 불안하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고 토로했다.
이 일대에서 농사 짓는다는 주민 B씨는 "강물이 범람해서 논밭에 물이 차고 있다. 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된다. 일단 집에 가서 짐을 싸려 한다"면서 "북한에서 물을 내보내서 이렇다"면서 억울해 했다.
이장의 긴급대피령을 전달받은 주민들은 이 일대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빗발은 전날에 비해 약하게 내렸으나 임진강 수위는 높아지고 있었다.
오후 4시20분 기준 군남댐 수위는 36.97m로, 초당 유입량은 1만2006t, 초당 방류량은 9848t이다. 군남댐 제한수위는 31m, 계획홍수위는 40m다.
군남댐은 임진강 북쪽 56㎞에 위치한 북한의 황강댐이 무단 방류할 경우 홍수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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