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재명 지사도 경악한 백운계곡…도대체 어떻길래
3.8㎞ 걸쳐 100여개 식당들 물 가두고 불법평상·철제다리
道 특사경 단속 이후 문닫은 식당 줄이어…"철거 시급"
- 이상휼 기자
(포천=뉴스1) 이상휼 기자 = "불법시설물로 계곡물을 가둬놓고는 자릿세를 내지 않으면 물에 접근할 수 없다네요. 현대판 산적 아닙니까? 해마다 시청에 민원 넣어도 그대로예요."
"자릿세에다가 추가로 음식까지 시켜야 된다고 합니다. 가족끼리 백운계곡서 하루 반나절 물놀이하면 20만원이 한순간에 사라지네요."
경기도내 계곡 중에서 불법시설이 가장 많고 오래됐다는 포천 백운계곡 이용객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후기에는 악평이 자자하다.
강원도와 지척인 첩첩산중인데다 백운산(904m) 정상 서쪽으로 흘러내린 물이 모여 10㎞에 걸쳐 발달한 계곡으로 선유담, 금광폭포 등 명소가 즐비하기로 유명하다. 계곡 초입 흥룡사에는 세종의 친필이 보관돼 있어 관광효과를 더하며, 백운계곡에서 광덕고개로 넘어가는 길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나들이 차량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태풍 링링이 북상하는 4~5일 연이어 백운계곡을 둘러봤다. 계곡물에 들어간 행락객은 없었지만 취재진과 동행해 지리지형을 설명해준 포천시민 A씨(48)는 "이곳은 경기도 최대 불법시설이 들어찬 계곡으로 오명이 자자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올해 대대적으로 단속한다고 해서 기대하고는 있지만 워낙 오래된 곳이라 포천시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미심쩍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에서 백운계곡 일대를 대대적으로 단속한 뒤 문닫는 점포가 10여개 이상 발견됐다. 휴가철 끝물이기도 했지만 행정당국의 단속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계곡 일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주민 B씨(53)는 "특사경 단속 당한 뒤 상인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면서 "찾는 행락객들도 예년만 못하다"고 말했다.
식당주 C씨(55)도 "단속 때문에 상인들이 힘들어한다.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해주면 점차 응할 거다"고 하소연했다.
단속 이후 불법철골구조물을 길가에 방치하거나 평상을 걷다말고 물가에 내버려둔 업체도 눈에 띄었다. 현수막이 비뚤어지거나 일부 훼손된 곳도 있었다. 한 대형식당은 창문을 활짝 열어둔 채 관리인 없이 영업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내뿜기도 했다.
계곡물은 청량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 불법구조물들 때문에 계곡물에 접근할 수 없었다. 현재로선 백운계곡에 가장 필요한 건 신속한 불법구조물 철거였다.
그 동안 백운계곡 상인들은 천변 3.8㎞ 길이에 100여개 남짓한 식당들이 물을 가둬놓고 행락객들에게 고액 자릿세와 음식값을 떠넘겨 원성이 자자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불법평상과 철제다리가 우글우글하고, 도로가에 호객용 현수막들이 지저분하게 걸렸다. 하천마다 불법천막이 드리워져 외부에서는 계곡물을 볼 수 없게 연출한 곳도 있었고, 하천으로 쉽게 진입하기 위해 계단을 하천방향으로 만들어놓기도 했다.
이용객들에 따르면 식당마다 대동소이하지만 자릿세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원, 2인은 5만원선이었다. 가격은 평일과 주말, 손님 숫자에 따라 사장 마음대로 고무줄식 자릿세라고 했다. 단골일 경우 대폭 할인된다. 여기에 음식값은 따로다. 한방백숙과 닭볶음탕은 6~7만원이었고 도토리묵은 2만원이었다. 여기에 술까지 더하면 먹는 비용만 10여만원이다. 자릿세에 음식값을 합치면 반나절 물놀이에 드는 비용은 수십만원에 이르렀다.
백운계곡은 가장 많은 도민의 민원이 제기되는 곳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일 박윤국 포천시장과 함께 백운계곡 현장을 방문하고 불법시설의 규모에 경악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관계부서에 "계획대로 불법부지는 철거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 예외를 인정하면 안 된다. 공무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인센티브는 어불성설이다"고 지시했다. 이어 "식당주들이 자진 철거하면 포크레인 같은 장비를 지원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집행하고 비용을 징수한 뒤 고발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을 위해 깨끗하게 하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일이다. 불법을 없애고 깨끗하게 정비되면 손님이 더 많이 오기 때문에 업자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포천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백운계곡 일대 불법시설물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 일대 주민들을 모아놓고 공영개발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으며, 지난 7월부터 관광지 개발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는 중이다. 박 시장은 "백운계곡을 불법없는 명품계곡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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