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볼’로 프로농구경기 승부조작·베팅한 선수들(종합)

경찰, 프로농구·유도·레슬링 선수 26명 불구속 입건

프로농구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승부조작하기로 모의하는 카카오톡 대화록 ⓒ News1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프로농구 승부조작이 또 터졌다. 강동희, 전창진 감독에 이어 이번엔 스타선수들이 무더기로 도박한 혐의가 포착돼 경찰에 무더기 입건됐다.

당초 이들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베팅한 혐의만 부각됐지만 8일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승부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프로농구선수, 국가대표 상비군 유도선수, 레슬링선수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선수들이 2009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베팅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해 베팅한 금액은 총 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 년 전 서울삼성썬더스와 인천전자랜드엘리펀츠의 경기 4쿼터 22분께를 면밀히 분석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질의한 결과 승부조작이 맞다는 의견을 회신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SNS 대화를 통해 승부조작을 암시하고 베팅금액을 상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프로농구 선수 A씨는 '에어볼(링에 정확히 맞지 않는 불완전한 슛)'을 던져 팀의 승패를 조작하고 베팅했다.

베팅하기 전에는 동료선수들에게 '오늘 조작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뒤 가담하기를 독려했다. A씨와 친구 사이인 전 유도선수 B씨에게 경기전 선수상태 등의 관련정보를 제공했고, B씨는 A씨에게 '후배들에게 실수 좀 하라고 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도박했다.

8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박민순 경감이 프로농구 승부조작 불법도박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 News1

A씨는 골인을 시킬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법 도박 베팅'을 하려고 골포스트나 링에다가 슛을 던져 노골시켰던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슛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자신이 속한 팀이 패배하는 쪽에 주로 베팅했다.

강동희 감독 등이 '선수교체' 방식으로 승부조작한 반면 프로선수는 '에어볼'로 승부조작한 셈이다.

감독과 선수 모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교묘하고도 모호한 수법을 써 스포츠 정신을 기만한 것이다. 이들이 조작한 승부를 관객들은 환호하고 응원하면서 입장권을 사서 지켜봤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승부조작은 '프로농구 경기'에만 국한됐다. 유도나 레슬링 등 타종목에서 승부조작한 혐의는 포착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국군체육부대에서 군생활한 인연으로 불법 도박까지 함께했다. 군복무 당시에도 휴식공간인 사이버지식방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군부대 반입이 금지된 스마트폰도 몰래 들고 들어가 불법 도박사이트에 베팅하기까지 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재정위원회를 열고 해당 선수들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daidalo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