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농군학교와 LH 힘겨루기

보금자리지구 내 학교 이전 문제놓고 양측 대결

/사진=이성환 기자 © News1

(하남=뉴스1) 이성환 기자 = "학교 측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공사일정 상 더는 철거를 미룰 수 없다. 이른 시일 내 이전을 촉구한다" (LH 하남사업본부)

"LH가 턱없는 가격으로 보상을 해주고 무조건 이전만을 요구한다면 50년 간 운영돼 온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가나안농군학교)

가나안농군학교 이전문제가 최근 양측 간 대결구도로 비화되고 있다.

문제는 2009년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사업지구에 학교 부지가 포함되면서부터 시작됐다.

27일 LH 하남사업본부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 망월·풍산동 일원 546만m²에 조성되는 미사강변도시는 3만7000여 가구(수용인구 9만6000여명) 규모로 건설되며, 내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LH는 이를 위해 사업지구에 편입된 대부분의 토지와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2011년 완료한 상태이며, 여기에는 가나안농군학교도 들어가 있다.

학교는 1962년 풍산동 산 52-2 일대(현재는 개발제한구역) 4만3000㎡ 부지에 세워졌으며, 본관과 생활관·사택 등의 지장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 땅은 김평일 교장(71·설립자 故 김용기 박사의 3남)을 비롯한 5남매가 공동 지분 형식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보상 당시 학교 측이 LH로부터 받은 토지 및 지장물 배상비용은 2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김 교장 지분 보상비는 약 100억원.

양도소득세 등 세금 30%를 공제한 실제 수령액은 70억원 가량.

나머지는 다른 남매들이 각자 지분에 따라 나눠 가졌다.

김 교장은 이 돈의 일부 40억원을 가지고 인근 양평군 지평면 옥현리 임야 6만6000㎡를 사들여 학교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평 학교는 내년 4∼5월께 개교 계획이다.

김 교장은 "앞으로도 건축비 등 42억원 정도가 더 들어가야 학교 신축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지만 돈 구할 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평 학교 입구 진입로 구간(600m)이라도 LH가 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LH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장의 요구를 들어 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LH 하남사업본부 © News1

LH는 내달 4일부터 철거공사에 나설 방침이다.

시기를 더 이상 늦출 경우 내년 6월 입주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LH 관계자는 "초기 입주민을 위한 도로개설 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도로는 상하수도와 전기·통신·난방·가스의 주 관로를 매설해야 하는 구간이여서 조만간 공사착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LH는 공사 착공을 위해 지난 주 전체직원 명의로 학교 측에 호소문도 전달했다.

LH는 호소문을 통해 "인구 증가와 성장의 결과 어쩔 수 없이 농토가 도시로 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생애 처음 집을 장만해 입주 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10만 입주민을 위해 하남 가나안학교가 한발 양보, 양평 이전 학교 준공 전까지 원주 제2가나안학교 이용 방안 등을 강구해 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당초 조기 보상에 응하면 학교 이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로 일관하는 LH의 행태에 울화가 치민다"며 "끝까지 공사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지금 아예 학교 문을 닫거나, 아니면 양평 학교 개교 전까지는 하남 학교를 계속 운영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못밖았다.

한 주민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보상금을 나눠가진 형제들이 힘을 보태면 학교 신축공사 완공에는 어려움이 없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LH는 하남 학교 전체 부지 가운데 약 6000㎡를 가나안복민회 역사공원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가나안 농군학교는 개신교 김용기(1909~1988) 장로가 "한손에는 성서를, 한손에는 괭이를"이라는 신념에 따라 설립한 기독교 합숙교육기관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인 교육기관으로 새마을운동 정신교육의 원형을 제공했다.

sh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