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교육청, 은행서 돈 빌려 직원 월급 준다…사상 초유

특별시, 교육청 법정전입금 1352억 원 삭감
11월~12월 인건비 1456억 원…은행 단기차입 추진

최정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교육위원장(왼쪽)이 황성환 특별시 교육청 부교육감에 법정전입금 문제 해결대책을 질의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재배포 및 DB 금지)

(무안=뉴스1) 서충섭 기자 =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교육청에 줘야 할 올해분 법정전입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교육청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인건비를 지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와 교육청에 따르면 특별시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수정 편성하면서 당초 수립했던 400억 원의 법정전입금을 삭감했다. 법정전입금은 지방세 중 일부를 교육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의무예산이다.

특별시는 시의회가 지방채 한도 초과 발행안을 부결시키자 수정예산안을 편성했는데, 예산액을 줄이는 과정에서 교육청에 지급해야 할 400억 원대의 법정전입금 항목을 통째로 빼버렸다.

결국 교육청은 특별시로부터 올해 받아야 할 법정전입금을 하나도 받지 못한 셈이다. 통합 이전 광주시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올해 교육청에 지급해야 할 법정전입금 2906억 원 중 1906억 원만 본예산에 편성했다.

나머지 1000억 원은 추경을 통해 지급하겠다던 광주시는 그러나 이번 추경에서도 400억 원만 편성했다가 수정예산안에서 빼버렸다. 옛 전남도 법정전입금 미지급액 352억 원을 합치면 전남광주교육청은 총 1352억 원의 법정전입금을 떼인 셈이다.

교육재정의 상당부분을 인건비와 급식비, 학교운영비 등 고정비로 지출해 온 교육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건비를 주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교육청이 11월과 12월 지급해야 할 인건비는 1456억 원에 달한다. 교육청은 교육금고 사업자인 농협과 체결한 금고 계약기준에 따라 단기차입 절차에 들어간다.

단기차입은 상환 기간을 1년 이내로 하는 차입금으로 부채로 분류된다. 단기 차입인 만큼 이자도 통상 3% 이상으로 높다. 교육금고의 경우 시중 금리보다 일부 인하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교육청은 이월액과 불용예산을 활용할 경우 일부 자금을 충당할 수 있어 1000억 원대 차입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상 초유의 단기차입인 데다 교육 금고의 잔고가 낮아지는 등 현금유통성에 부담을 준다.

특별시가 전입금을 올해 말과 내년 초 지급할 경우 단기차입은 3개월 이내로 해소될 수 있다. 정리 추경과 내년 본예산을 통해 법정전입금 전액이 지급되면 차입금도 곧바로 상환이 가능하다.

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와 교육청 예산결산위원회 등 의회도 법정전입금을 곧바로 지급하도록 특별시를 압박하고 있다.

교육청 예산결산특위는 올해 연말 정리추경까지 1352억 원을 전액 편성해 교육청으로 전출할 것을 요구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전입금 잔액을 올해 전액 확보해 교육청으로 전출하라고 촉구했다.

최정훈 교육위원장은 "재정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지자체가 무엇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며 "그 원칙의 중심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의 교육과 학교 현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준 교육청 예결위원장도 "통합특별시가 교육청 법정전입금을 재정이 어려울 때 언제든 꺼내 쓰는 '비상금 창고' 정도로 여겨 자신들의 사업예산을 지키고자 삭감한 것은 탈법적·위법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