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문턱 좌절해도"…쉬었음·취준생 청년들 무대 선 이유

[9월19일 청년의 날] 민들레소극장 '청년 연극 도전기'
"쉬었음이란 시선 너머, 당당한 삶·따뜻한 위로 건네고파"

청년의 날을 앞둔 18일 전남광주 동구 민들레소극장 연습실에서 각기 다양한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연습하고 있다. ⓒ 뉴스1 조수민 기자

(광주=뉴스1) 조수민 기자

"요즘 '쉬었음' 청년이 늘었다 하며 우리를 무거운 시선으로 보지만 사실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어요."

지난 18일 전남광주 동구 동명동에 위치한 민들레소극장.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무대 위 조명을 받으며 연기하고 있다.

대사를 주고받고 움직이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떨어지고,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짓기도 한다.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나름의 전문성이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들은 전부 아마추어다.

9월 19일 청년의 날을 맞아, 지역 소극장인 민들레소극장이 운영 중인 청년 연극 프로그램 '그대는 반짝이는 청춘'에 참여하는 청년들.

이들이 선보이는 무대 역시 다른 연극과는 다르다. 유명 작가나 인기 작품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기한다.

고된 공부나 퇴근 등 각자의 하루를 마친 청년들이 저마다의 일정을 뒤로하고 연습실로 모여들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취업준비생부터 직장인 청년들까지 모인 현장에서는 저마다의 고민을 무대 위에서 진솔하게 풀어내며 내면을 다져가고 있었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서로를 향한 다독임 속에, 이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꿈과 속내를 가감 없이 대본에 녹여냈다.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며 떨어진 자존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묵은 고민들을 무대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이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이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임해정 민들레소극장 대표는 "취업준비생이나 자활 청년들은 과거 동구자활센터와의 인연을 이어받아 참여하기도 했고, 별다른 인연 없이 SNS 홍보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문을 두드린 청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청년들의 경우 과거 소극장의 공연 관람 경험이 있거나 예전 청년·청소년 프로그램에 흥미를 가졌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온 경우 등 저마다의 경로로 소극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임 대표는 "청년들이 긴 호흡의 연극 대사를 소화하거나 처음 보는 이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 자체를 낯설어하고 두려워해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며 "일상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들이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부분이 큰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청년의 날을 앞둔 18일 전남광주 동구 민들레소극장 연습실에서 각기 다양한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연습하고 있다. ⓒ 뉴스1 조수민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초기 우려와 어려움은 연습이 거듭될수록 사라졌다.

한 참가 청년은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꺼내고 긴 대사를 소화하는 게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막상 연습을 거듭하며 서로 의지하다 보니 어느새 목소리도 커지고 무대 위에서 당당해진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함께 땀 흘리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자존감도 되찾고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반 청년 모둠에 참여하고 있는 20대 청년 송미령 씨는 "지금 이 나이가 아니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본업 외에 무대 위에서 서투르지만 온전히 나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 자체가 큰 용기이자 위로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일상에서는 하지 못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며 연극이라는 공감대로 소통하다 보니 친해지기도 훨씬 수월했고, 상호작용을 나누며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년 참가자 김장현 씨 역시 "연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내 목소리를 내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며 "요즘 뉴스에서 청년 취업난이나 '쉬었음' 같은 어두운 단어들로 우리를 진단하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이런 시선 너머 각자의 무대에서 당당한 삶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치열하게 이겨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이번 청년 연극 도전기에는 누적 60여 명의 청년들이 참여해 무대를 채웠다.

sum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