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父에 수사정보 흘린 경찰들 첫 공판서 "직무상 비밀 아냐"

압색 영상 삭제 지시는 인정 "징계 우려한 부적절 행동"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관련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광산경찰서 소속 A 강력팀장이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6.7.8 ⓒ 뉴스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누설하고 증거 은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14일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은닉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광주 광산경찰서 전 강력팀장 A 경감(58)과 B 경사(41)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 경감 측은 장윤기 차량과 주거지 위치를 경찰 간부인 아버지에게 알려주고 압수수색 당시 발견된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해당 물건을 증거로 인식하지 못했으며, 장윤기 아버지가 이를 없애거나 숨길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했다며 증거인멸·은닉 방조 혐의는 부인했다.

A 경감 측 변호인은 "차량 소재와 주거지 정보를 제공한 것이 적절하지 못했고,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못한 것도 결과적으로 아쉬운 일"이라며 "장윤기 사건을 강간살인 혐의로 송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져야 할 도덕적 책임이나 과오는 '형사책임'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변호인은 A 경감이 장윤기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범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차량 위치를 알려준 행위에 대해서도 "당시 차량 압수수색과 감식이 모두 끝났고 압수한 물건이 없다는 수색증명서까지 작성된 상태였다"며 "압수물이 아닌 피의자 소유 차량을 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위치를 알려준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 경감은 차량 긴급 압수수색 당시 촬영된 영상을 삭제하라고 팀원에게 지시한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케이블타이를 고의로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것을 우려해 벌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삭제된 영상도 컴퓨터 휴지통에 남아 있다가 복구돼 검찰에 제출된 만큼 실제 증거가 멸실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B 경사도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차량 위치와 열쇠, 주거지 주소 등을 제공하고 구속영장 신청 계획과 휴대전화 압수·반환 절차 등을 알려준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이미 언론에 보도됐거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알려준 내용으로, 수사기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B 경사 측 변호인은 "수사팀은 살인의 직접 증거인 흉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며 "수사 초기에는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범행 관련 증거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윤기의 아버지가 이를 인멸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0월 14일 차량 압수수색 당시 영상을 촬영했던 동료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해당 경찰관은 A 경감으로부터 케이블타이 영상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당사자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