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립의대 고배' 목포, 실리 챙기며 상생 택할 때

후보 탈락에 삭발에 법적 소송…30여 년 숙원사업 공멸 우려
결과 승복 합의 헌신짝…모두의 공멸 아닌 실리 추구 나서야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김원이 의원과 강성휘 목포시장, 이형환 목포시의장, 목포대 교수 등 12명이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후보 대학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목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9.5 /뉴스1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지극히 예견됐던 상황이다. 전남권 국립의대 공모 후보 대학으로 목포대가 선정됐든, 순천대가 올랐든 탈락한 쪽의 거센 반발은 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같은 갈등과 분열을 우려해 선정 작업에 앞서 양 대학과 지역 정치권, 지자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모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겸허히 승복하고 힘을 모으자는 공개 합의까지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 엄숙했던 약속은 추천 대학이 발표되자마자 한낱 헌신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모에서 탈락한 목포대와 전남 서부권의 반발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고, 지자체 주도 공모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며 청와대 앞 삭발 시위에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결코 고울 리 없다. 이른바 '내가 못 먹는 감이면 찔러나 보자'는 고약한 심보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터져 나온다. 합의 과정에 동의하고 절차에 참여했을 때는 언제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판 자체를 뒤엎으려는 모습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듯, 최소한의 합의와 약속은 지켜져야 사회적 신뢰가 유지된다. 승패를 떠나 서로가 합의한 규칙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야말로 지역 리더십이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더욱이 정치권이 앞장서 지금처럼 결과에 불복하며 지역을 편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결국 모두의 '폭망'으로 이어질 뿐이다. 전남의 30년 숙원인 '국립의과대학 설립'이라는 절호의 기회는 한순간에 수포가 될 수 있다.

불협화음으로 자멸하는 지역에 정부가 의대 신설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리 만무하다. 향후 정부를 향해 의대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할 명분조차 스스로 내던지는 꼴이다.

지난해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로 전남 해남 솔라시도가 최종 선정되었을 때, 탈락한 광주광역시는 잠시 강하게 반발했지만 실리를 선택했다.

당시 광주시는 유치 무산 이후 곧바로 대안 확보에 나섰고, 강기정 시장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을 만나 광주 AI 산업에 대한 후속 지원을 요구했다.

그 결과 올해 정부 예산에 국가 신경망처리장치(NPU) 컴퓨팅센터 기획 용역비가 반영되고, 광주는 AI 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범 도시로 단독 지정됐다. 기존 국가 AI 데이터센터 고도화와 AX 실증밸리, AI 영재고 등 관련 사업도 국비에 포함됐다.

지금 목포권 역시 결과를 존중하며 상생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거대 국책사업을 두고 소송전이나 소모전으로 치닫기보다, 전남광주라는 큰 틀에서의 균형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목포에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민형배 시장과 상의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소모적인 몽니와 불복으로 30여 년 숙원 사업을 공멸로 몰아넣을 것인가, 아니면 결과에 승복하고 전남권 의대 유치라는 대의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인가. 탈락한 측의 성숙한 자세와 당당한 승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승적 결단이다. 불복으로 폭망이 아닌 승복을 통한 실리를 추구해야 할 때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