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서울, 몸통만 나주"…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나주 유치 시급

연간 1조원대 R&D 예산 집행권·기업 과제 기획권 가져
한전 나주 내려왔지만 전력 기업·연구소 수도권 잔류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 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한전만 믿고 나주로 내려왔지만 정작 연구개발(R&D) 과제를 따내고 기획을 조율하려면 매주 KTX를 타고 서울 에기평 문턱을 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전력·에너지 공기업이 집적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가 진정한 '에너지 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기술 R&D 기획과 평가를 총괄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이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한전 등 핵심 에너지 공기업들이 나주로 터를 옮긴 지 10년이 넘었으나, 실질적인 R&D 예산 집행권과 과제 기획권을 쥔 핵심 기관은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어 반쪽짜리 생태계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 한전KPS, 한전KDN, 전력거래소 등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이끄는 공공기관이 집결해 있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기술 R&D 기획과 평가·관리를 총괄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여전히 서울 테헤란로에 잔류하고 있다. 이 같은 불일치는 에너지 생태계의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

정부의 연간 1조 원이 넘는 에너지 R&D 자금과 신기술 수주를 노리는 전력분야 중소·벤처기업이나 연구소들은 한전이 있는 나주보다 에기평과의 접근성이 좋은 서울과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전 R&D 부서나 전남광주 에너지밸리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연구과제 수주와 기획 협의를 위해 매주 서울로 출장을 오가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 에기평의 나주 유치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 이상의 폭발적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기평이 나주에 자리 잡아야 정부의 전력 R&D 예산이 전남광주 에너지밸리 기업 생태계로 직접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과 SK가 800조 원을 투입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의 최대 과제는 막대한 전력 수급과 초고압 송배전망 인프라 기술 확충에 있고, 에기평이 나주로 이전해 한전, 에너지공대, AI·반도체 산단과 한곳에 묶일 경우 '기술 기획-실증-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단일 클러스터 내에서 해결될 수 있다.

에너지밸리 입주 기업 관계자는 "반쪽짜리 에너지수도를 완성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남광주시, 나주시 등 지자체의 전략적 공조를 바탕으로 에기평을 공공기관 2차 이전의 1순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 창원시와 울산시 역시 에기평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