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다 숨진 1살 시후…37일 만에 본 CCTV엔 학대 의심 정황

유족 "끌다 넘어뜨리고 목덜미 잡아 눕히는 모습 반복돼"
40일 가까이 사망 원인 미규명…국과수 부검 결과도 아직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던 중 숨진 1살 시후 군의 유가족이 어린이집 영유아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이른바 '시후법' 제정을 촉구하며 제작한 청원 홍보물. (유가족 제공)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어린이집에서 숨진 1살 시후 군의 유가족이 폐쇄회로(CC)TV에서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이 사건 발생 37일 만에 처음 열람한 CCTV에는 시후 군을 거칠게 다루는 모습 등이 반복적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후 군의 사망 경위와 별도로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23일 유가족과 경찰 등에 따르면 시후 군 어머니는 지난 19일 광주경찰청에서 사건 당일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열람했다.

지난달 13일 시후 군이 숨진 지 37일 만이다. 유가족은 그동안 어린이집 측에 CCTV 제공을 요구하고 정보공개청구도 했지만,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후 군 어머니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영상을 빠르게 확인하려 했지만 5분, 10분 간격으로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행동들이 나왔다"며 "등원부터 구급차에 실려 가기까지 영상을 보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장면과 촬영 시간을 A4 용지에 일일이 기록하며 영상을 확인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한 교사가 시후 군의 빨대컵을 가져가 아이가 울자 다른 교사가 고개를 숙이고 우는 시후 군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젖히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교사가 시후 군의 팔을 잡아끌다가 아이를 넘어뜨리거나 양팔을 잡아 들어 올린 채 다른 자리로 옮기는 모습도 있었다.

밥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시후 군의 팔을 잡아 교사 옆에 앉힌 뒤 발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모습도 확인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유가족은 이 같은 장면이 사건 당일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다른 원아를 CCTV가 녹화할 수 없는 사각지대로 데려간 뒤 혼자 있게 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낮잠 시간에 아이를 다소 거칠게 눕히는 모습 정도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평소 선생님들이 시후를 예뻐한다고 믿었는데 직접 영상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던 중 숨진 1살 시후 군의 유가족이 낸 이른바 '시후법' 국회 국민동의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경찰은 유가족이 문제를 제기한 장면 등을 포함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혐의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유족과 협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발생 40일 가까이 됐지만 시후 군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식 부검 결과도 아직 경찰에 전달되지 않았다.

유가족은 CCTV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미처 살펴보지 못한 장면도 찾아 수사관에게 알렸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관계자가 원아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잇따라 먹이는 모습을 발견해 경찰에 물었지만 해당 장면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해당 장면이 촬영된 시간대를 직접 찾아 경찰에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시후 군은 지난달 13일 오후 3시 10분쯤 전남광주 한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던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119 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가족은 이후 어린이집 낮잠 시간 안전관리와 응급상황 대응체계 강화 등을 요구하는 이른바 '시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청원은 21일 오후 1시 기준 2만 3291명이 동의해 목표 인원 5만 명의 47%를 기록했다.

청원 동의 기간은 다음 달 5일까지다.

경찰은 CCTV 분석과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시후 군의 정확한 사망 경위와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