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염원 전남 국립의대 '빨간불'…목포·순천대 통합 불발 위기

의대·대학본부 소재지 이견에 공동계획서 제출 못해
통합특별시는 필요성·정원 등 지자체 작성분만 제출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청와대 앞에서 순천시민 200여명과 함께 순천대 의대와 전남동부권 대학병원 설립을 강력히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김문수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18 ⓒ 뉴스1

(무안=뉴스1) 전원 기자 = 정부가 2030년 의대 신설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목포대와 순천대가 대학 통합과 의대 소재지를 놓고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서 교육부가 요구한 공동 추진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대학 간 갈등이 동·서부권 지역 대립으로 번진 데다 정치권에서도 지역별 주장이 엇갈리면서 어렵게 열린 국립의대 신설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까지 2030년 개교를 목표로 한 '지역 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작성 지침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경우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대학에 의대를 신설하는 것을 전제로 두 대학이 통합 방안을 합의하고, 이에 따른 공동 추진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지자체가 작성하는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지원 계획 등은 별도로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목포대와 순천대는 제출 시한까지 대학본부와 의대·부속병원 소재지 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두 대학의 합의를 전제로 한 공동 추진계획서는 제출되지 못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지자체 지원 계획 등 지자체 작성 사항을 중심으로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의대와 부속병원의 위치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향후 정부의 의대 신설 지역·대학 선정 과정에서 전남광주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의 국립의대 유치 노력은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의료취약지역이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옛 전남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국립의대 신설을 요구해 왔다.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국립의대 설립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후 정부 담화문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이후 대학 통합을 통한 국립의대 유치에 나섰고, 국립의대 신설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신설 절차에 착수하자 정작 지역 내에서는 의대와 대학본부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민형배 시장 인수위원회는 '목포 의대·대학본부, 순천 대학병원' 등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순천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시장이 양 대학 총장을 여러 차례 만나고 대학들도 협상을 이어갔지만 의대와 대학본부 소재지를 둘러싼 간극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대학 간 갈등은 동·서부권 지역 대립으로까지 번졌다. 대학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역 시민사회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으면서 신경전도 거세졌다.

전남광주 서부권 정.관.시민사회가 11일 통합특별시 무안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조속한 통합과 국립의대 신설을 위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목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11 ⓒ 뉴스1 전원 기자

실제 순천대는 지난 18일 단독 의대 신설 내용을 담은 추진계획서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제출했지만, 특별시는 두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교육부 제출 요건과 맞지 않는다며 이를 반려했다.

순천대는 특별시가 요청한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지자체 지원 계획 등을 다시 제출하면서도 "앞으로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행정 행위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지역 정치권도 갈등을 풀기보다는 각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뚜렷한 중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학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대나 대학병원은 자신의 지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잇달아 내놨다.

김문수 의원은 통합특별시가 제시한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가 이후 '순천 의대' 신설을 주장하며 삭발에 나서는 등 입장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교육부가 요구한 제출 시한은 지났지만 전남 국립의대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정부를 상대로 기존의 '목포대·순천대 통합대학 의대' 방식 외에 다른 설립 방식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하는 등 후속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최근 광주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이 안 됐다고 해서 의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제출할 것"이라며 "통합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시가 어느 대학과 신청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교육부의 입장을 듣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지역 숙원이 정부의 국립의대 신설 추진으로 어느 때보다 현실에 가까워졌지만, 정작 지역 내부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전남 국립의대는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jun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