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우우우" 물 맞고 얼음 핥고…폭염 견디는 동물들의 여름나기
오전부터 36.2도 찍은 우치동물원 풍경
코끼리 물놀이 정신 없고, 재규어 얼음특식 고양이처럼 핥아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뿌우우우…"
최고 체감온도 37도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사람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 동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견디고 있었다.
가장 먼저 물줄기를 반긴 건 아시아코끼리 모녀 '봉이'와 '우리'였다.
사육사가 호스를 들어 시원한 물을 뿌리자 거대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온몸으로 물을 맞았다.
시원한지 입을 벌린 채 코를 들어 물을 받아 마시기도 하고, 더 뿌려달라는 듯 사육사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샤워에 앞서서는 특식 시간이 주어졌다.
파인애플과 수박, 당근, 대나무가 놓이자 29살 어미 코끼리 '봉이'는 익숙한 듯 앞발로 커다란 과일을 으깬 뒤 긴 코로 하나씩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코끼리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맹수사에서는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재규어를 위해 소 내장과 미꾸라지를 얼음에 넣어 만든 특식이 준비됐다.
먹이를 발견한 재규어는 천천히 다가와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얼음을 핥아가며 속에 든 먹이를 꺼내 먹는 모습은 사나운 맹수라기보다 고양이가 간식을 핥아 먹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수조에서는 물개와 물범들의 특별한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사육사가 민물장어를 손에 들자 기다렸다는 듯 한 마리씩 쏜살같이 헤엄쳐 다가왔다.
장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차례를 기다리더니 먹이가 물속으로 던져지는 순간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몸을 던졌다.
육중한 몸집이 무색할 만큼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알락꼬리원숭이들은 얼음 간식을 처음엔 경계했다.
한 마리씩 다가와 손끝으로 슬쩍 건드려보고는 이내 뒤로 물러섰다.
뜨거운 햇볕 아래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망설임도 오래가지 않았다.
시원한 샤인머스캣이 모습을 드러내자 양손 가득 집어 들고 그늘로 달려갔다.
크게 한 입 먹은 원숭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 사람처럼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유리창 너머로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원숭이들이 얼음 속 과일을 꺼내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한 아이는 유리창에 바짝 붙어 "아빠, 쟤네도 더운가 봐. 과일 먹고 있어"라며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라쿤들은 얼음을 앞발로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탐색했다.
얼음이 녹아 사라지자 아쉬운 듯 바닥을 연신 더듬는 모습도 보였다.
사막의 동물인 낙타도 폭염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사육사의 물세례가 시작되자 낙타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가만히 물줄기를 맞았다.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은지 몸을 살짝 돌려 물을 받았고, 시원한 듯 자세를 조금씩 바꿔가며 더위를 식혔다.
우치동물원은 종마다 다른 특성에 맞춰 먹이와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움직임이 줄어 소화가 떨어질 수 있는 동물에게는 생균제를 먹이고, 영양 요구량이 다른 종은 별도의 식단을 제공한다.
사육사들은 "올해도 폭염이 지속되는만큼 동물들의 먹이 섭취량과 건강 상태를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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