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우우우" 물 맞고 얼음 핥고…폭염 견디는 동물들의 여름나기

오전부터 36.2도 찍은 우치동물원 풍경
코끼리 물놀이 정신 없고, 재규어 얼음특식 고양이처럼 핥아

최고기온이 36.2도까지 오른 4일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아시아코끼리 모녀인 '봉이'와 '우리'가 찬물로 샤워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6.8.4 ⓒ 뉴스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뿌우우우…"

최고 체감온도 37도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사람도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 동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견디고 있었다.

가장 먼저 물줄기를 반긴 건 아시아코끼리 모녀 '봉이'와 '우리'였다.

사육사가 호스를 들어 시원한 물을 뿌리자 거대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온몸으로 물을 맞았다.

시원한지 입을 벌린 채 코를 들어 물을 받아 마시기도 하고, 더 뿌려달라는 듯 사육사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샤워에 앞서서는 특식 시간이 주어졌다.

파인애플과 수박, 당근, 대나무가 놓이자 29살 어미 코끼리 '봉이'는 익숙한 듯 앞발로 커다란 과일을 으깬 뒤 긴 코로 하나씩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코끼리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맹수사에서는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원숭이가 각종 과일을 얼려 만든 간식을 먹고 있다. 2026.8.4 ⓒ 뉴스1 박지현 기자

재규어를 위해 소 내장과 미꾸라지를 얼음에 넣어 만든 특식이 준비됐다.

먹이를 발견한 재규어는 천천히 다가와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얼음을 핥아가며 속에 든 먹이를 꺼내 먹는 모습은 사나운 맹수라기보다 고양이가 간식을 핥아 먹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수조에서는 물개와 물범들의 특별한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사육사가 민물장어를 손에 들자 기다렸다는 듯 한 마리씩 쏜살같이 헤엄쳐 다가왔다.

장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차례를 기다리더니 먹이가 물속으로 던져지는 순간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몸을 던졌다.

육중한 몸집이 무색할 만큼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알락꼬리원숭이들은 얼음 간식을 처음엔 경계했다.

한 마리씩 다가와 손끝으로 슬쩍 건드려보고는 이내 뒤로 물러섰다.

뜨거운 햇볕 아래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망설임도 오래가지 않았다.

시원한 샤인머스캣이 모습을 드러내자 양손 가득 집어 들고 그늘로 달려갔다.

크게 한 입 먹은 원숭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 사람처럼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유리창 너머로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원숭이들이 얼음 속 과일을 꺼내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한 아이는 유리창에 바짝 붙어 "아빠, 쟤네도 더운가 봐. 과일 먹고 있어"라며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라쿤들은 얼음을 앞발로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탐색했다.

얼음이 녹아 사라지자 아쉬운 듯 바닥을 연신 더듬는 모습도 보였다.

최고기온이 36.2도까지 오른 4일 전남광주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여름특식인 시원한 과일을 가족들과 나눠먹는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2026.8.4 ⓒ 뉴스1 박지현 기자

사막의 동물인 낙타도 폭염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사육사의 물세례가 시작되자 낙타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가만히 물줄기를 맞았다.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은지 몸을 살짝 돌려 물을 받았고, 시원한 듯 자세를 조금씩 바꿔가며 더위를 식혔다.

우치동물원은 종마다 다른 특성에 맞춰 먹이와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움직임이 줄어 소화가 떨어질 수 있는 동물에게는 생균제를 먹이고, 영양 요구량이 다른 종은 별도의 식단을 제공한다.

사육사들은 "올해도 폭염이 지속되는만큼 동물들의 먹이 섭취량과 건강 상태를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