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모녀' 김태현과 '광주 여고생' 장윤기…위험 신호 같았다
스토킹성 집착부터 성인식 왜곡…강력범죄 전 반복된 공통 패턴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 김태현과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고인 장윤기. 범행 시기와 사건의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정황에서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위험 신호를 엿볼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수사기관은 가해자의 디지털 흔적과 대인관계, 범행 전 행동 등을 분석하며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를 추적했다.
특히 여성을 향한 집착과 왜곡된 성 인식, 범행 이전부터 나타난 준비 정황 등이 공통적으로 확인되면서 예방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두 사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통점은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 성향이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고, 연락이 끊긴 뒤에도 다른 전화번호와 공중전화를 이용해 접근을 이어갔다.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주거지까지 찾아가는 등 스토킹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경찰 수사 결과다.
장윤기 사건에서도 성범죄 목적의 계획적 범행 정황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장윤기는 이번 사건 이전에 함께 근무했던 베트남 국적 여성을 스토킹한 뒤 감금·성폭행하기도 했다.
이채원 양 사건 당시에도 장시간에 걸쳐 피해자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왜곡된 성 인식을 보여주는 디지털 흔적이다.
세 모녀 사건 당시 경찰은 김태현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초현실적 능력으로 여성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음란물을 반복적으로 시청한 흔적을 확인했다.
장윤기 사건에서도 검찰은 동창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증거로 제출하며 왜곡된 성 인식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장윤기는 친구들과 '여고생을 납치하고 싶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고, 자신의 차량에 탑승한 여성들과의 대화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휴대전화로 옮겨 저장해 둔 사실도 공판에서 공개됐다.
범행 이전부터 나타난 철저한 준비 정황 역시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김태현은 범행 전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범행 방법을 검색하는 등 사전 준비 정황이 확인됐다.
장윤기 사건에서도 검찰은 피해자를 차량으로 끌고 가려 한 정황과 케이블타이 등 결박 도구를 준비한 점 등을 공소사실에 포함하며 계획적인 성범죄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대상으로 인식한 정황이다.
김태현은 사건 이전에도 여성에게 신음소리가 담긴 음성파일을 수차례 전송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벌금형을 받았고, 여성 화장실에 침입해 훔쳐본 혐의로도 처벌받았다.
장윤기 역시 자신이 머물던 집에서 훼손된 리얼돌 등이 발견됐다. 실제 여성의 모습을 본뜬 성인용품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무력한 대상에게 해소하려 했던 점 역시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대상화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두 사건은 범행 수법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서로 다르다. 특히 장윤기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와 메신저 등 디지털 흔적을 통해 여성 대상 집착과 왜곡된 성 인식, 범행 준비 과정을 추적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위험신호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이 같은 유형의 강력범죄는 발생 직전에 막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이성에 대한 과도한 성적 집착이나 왜곡된 관심 등 위험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징후를 단순한 개인 성향으로 넘기지 않고 필요할 경우 상담이나 치료, 행정적 개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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