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수준 한단계 높였다"…나주시의회 '협치' 주목

與 독주 않고 상임위원장 4석중 2석 野 배려
교섭단체 구성 조례 없지만 상생·소통 선택

나주시의회 ⓒ 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정당'(政黨)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권력 획득과 이념 실현에 있는 만큼, 다수당의 독식 구조가 익숙한 지방의회 내에서 상생과 협치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새롭게 문을 연 제10대 나주시의회의 원 구성은 이러한 기존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보로 지역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야당과의 실질적인 권력 분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29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제10대 나주시의회 전반기 원 구성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은 4개의 상임위원장 자리 중 절반인 2석이 야당 몫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행정복지위원장에 황광민 진보당 의원이 선출됐고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에너지관광위원장을 김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꿰찼다.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거나 형식적인 배분에 그쳤던 과거 원 구성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총 16명으로 구성된 나주시의회는 민주당이 11석으로 절반을 넘었고 조국혁신당 2명, 진보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는다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나주시의회의 이 같은 파격적인 협치 배경에는 과거의 아픈 경험과 의회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주시의회는 제9대 전반기 의장 선거를 둘러싼 금품수수 논란과 각종 잡음으로 상당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10대 들어서면서 오직 '시민을 위한 의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원 구성 단계부터 상생의 틀을 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위해 나주시의회는 개원 첫 임시회에 앞서 약 2주간에 걸쳐 소속 정당을 초월한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쳤다.

나주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김해원 의원은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지양하고, 의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임위원장 2석을 야당에 배분하기로 합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주시의회의 경우 교섭단체 구성 관련 조례가 제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파격적으로 2석의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배분하면서 지역 정가에서는 "지방의회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범 사례"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다수당의 일방 독주 대신 소수당과의 소통을 택함으로써 집행부에 대한 견제력은 한층 강화되는 동시에, 정책 대안 제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다.

황광민 진보당 의원은 "교섭단체 구성 조례가 없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잡음이나 갈등 없이 원 구성이 마무리된 데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회 정상화에 대한 바람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주시의회는 교섭단체 구성 관련 조례 제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방의회마다 원 구성을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과 파행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나주시의회가 보여준 상생과 협치의 모습은 매우 신선하다"며 "이번 협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의정활동 전체로 이어질지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