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218채' 일가족의 전세사기…사회초년생 137명 95억 '피눈물'

[사건의 재구성] 채무·대출 해결 위해 공인중개사와 범행
항소심도 징역 3년~9년 중형 선고…피고인들 대법에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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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공인중개사 A 씨(44) 일가족은 아파트 218채를 보유했다. 이 아파트는 모두 전남광주 순천시에 소재한 노후 아파트였다.

1992년 준공된 이곳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나 분양했는데 이들 일가족이 대거 매입했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던 A 씨는 억대 채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어머니 B 씨와 아버지 C 씨도 많은 대출로 대출 한도가 초과한 상태였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금융기관 대출과 사채를 끌어모았다. 2020년 5월 순천의 해당 아파트 1채를 4900만 원에 매입했다. 이들은 곧바로 아파트 임대 광고를 내걸었다. 전셋값은 2년에 7300만 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말 그대로 '깡통 전세'였다.

이들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자금으로 기존 채무를 갚거나 또 아파트를 사는 데 사용했다. 전세계약 종료 뒤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7300만 원은 나중 일이었다.

추가 매입한 아파트는 다시 전세 매물이 됐다. 새로 구해진 임차인의 전세자금은 또다시 아파트 구매 비용이 됐다.

이렇게 A 씨 일가 소유의 아파트는 1채에서 3채로, 3채에서 10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채를 넘어섰다.

범행에는 순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D 씨, 인테리어업자 E 씨도 가담했다. 업무도 점차 조직화했다.

아들 A 씨는 아파트 매입과 자금관리 역할을, 어머니는 사채를 통한 매입자금 마련 역할을, 아버지는 중개업자 고용과 아파트 소유자 명의 제공 업무를 담당했다. D 씨는 '깡통 전세' 매물을 중개할 때마다 고액의 수수료를 받아 갔고, E 씨는 이들 일가가 사들인 노후아파트를 인테리어했다.

구매된 아파트가 많아질수록 '깡통 전세' 피해자도 나날이 늘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신혼부부,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그저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전세자금을 정상 반환된다', '임차권설정등기,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 주겠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던 돌려막기는 약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전세 계약 종료 후 일가족은 임차인에게 전세자금을 되돌려주지 않았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하락했고, 새로운 임차인은 구해지지 않았다. 오갈 곳 없어진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이들 일가의 '무자본 갭 투자·전세 사기'에 당한 피해자는 137명에 달했다. 피해금은 총 95억 3936만 원으로 산출됐다. A 씨는 이 중 일부를 도박으로 소진했다.

경찰 수사 끝에 붙잡힌 이들에게는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자본 투자로 아파트를 임대하거나 권리관계를 기망해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을 가로챘다"며 "만약 피해자들이 이런 사정을 제대로 고지받았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었고,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재산적 손해,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자들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었다. 현재까지도 대출금을 계속 상환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세대에 대해서는 강제경매가 진행 중이나, 추후 피해자들이 임대차보증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아직까지 범행을 반성하거나 근본적 원인을 직시하기보다 공범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축소하는 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A 씨는 징역 9년을, B 씨는 징역 7년, C 씨는 징역 4년 6개월, D 씨는 징역 3년, E 씨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피고인들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