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떠난 뒤에야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부모들 때늦은 반성문
여수·인천 영아학대 살인사건 부모들 법정에서 사죄
전문가 "부모 교육·영유아 대면 확인 제도 강화해야"
- 최성국 기자, 박소영 기자, 양희문 기자
(전국=뉴스1) 최성국 박소영 양희문 기자 = "엄마가 너를 사랑으로 품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생후 4개월 여수 영아학대살해죄 친모)
"평생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아가겠다" (생후 19개월 인천 영아학대살해죄 친모)
제 손으로 어린 자녀를 살해한 부모들의 뒤늦은 반성이었다. 7일 법정에서 선 피고인들은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속죄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은 들을 수도, 돌아올 수도 없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이날 오전 '여수 아동학대살해' 항소심 재판을 종결했다.
A 씨(34·여)는 지난해 8월 24일부터 같은해 10월 21일까지 전남광주 여수의 주거지에서 19차례에 걸쳐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널리 알려진 '해든이 사건'이다.
A 씨는 연년생 자녀를 양육하는 스트레스, 남편이 외도하는 것 같다는 스트레스, 산후우울증을 아동학대로 표출했다.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한 해든이(피해아동 가명)는 23군데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으나 폐출혈 등으로 끝내 숨졌다. 세상에 태어난 지 고작 4개월 만이었다.
A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A 씨는 이날 "엄마가 너를 사랑으로 품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너의 작은 손과 발, 맑은 눈동자를 가슴에 묻고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최종 진술했다.
방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친부 B 씨(36)는 "아이들에게 못난 아빠라 미안하다. 모든 게 제 책임"이라며 "이 사건을 아는 모든 분께 염치없지만 첫째와 남은 가족들을 위해 마지막 기회를 달라. 평생을 사죄하며 살겠다"고 반성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인천지법 제14형사부는 아동학대살해와 아동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모 C 씨(20대)에 대한 재판 절차를 종결했다.
C 씨는 지난 3월 4일 인천 남동구 주택에서 생후 19개월 된 여아(2024년 7월생)를 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이는 사망 당시 체중이 4.7㎏에 불과한 상태였다. 영양결핍과 탈수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19개월 여아 평균 체중은 10.4㎏로 알려져 있다.
검찰 조사 결과 C 씨는 아이를 낳게 된 것을 후회하고 양육을 귀찮게 여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C 씨는 지난 1월부터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방안에 방치했다.
특히 C 씨는 2월 28일부터 3월 4일까지 딸을 방치한 채 놀이공원 등에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C 씨는 이날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제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며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기 때문에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 평생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최종 진술했다.
이날 오후엔 의정부지법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D 씨(28)에 대한 재판이 속행됐다.
D 씨는 지난 4월 9일 경기 양주시 옥정동 자택에서 3살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머리를 크게 다친 아들은 뇌수술을 받았지만, 닷새 만에 뇌부종으로 숨졌다.
대한민국에서 반복되는 아동학대의 비극들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제 역할을 못 할 때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예방적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며 "결혼이나 임신, 출산 이후 부모들이 단 몇 시간이라도 부모교육을 이수하거나 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무료로 시행되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의료진이 학대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학대받는 아이가 사망에 이르기 전 부모 외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아동학대 보도를 접한 전국 학부모들은 제2의, 제3의 아동학대살해만이라도 막아보자며 '24개월 미만 영유아검진 의무화 제도'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4차에 걸친 24개월 이하 영유아 검진을 보호자의 법적 의무로 명시해 국가가 아동의 실물을 대면 확인할 법적 창구를 확보해 보자는 취지다.
해당 입법안은 지난 3월 법제처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에 제출됐다. 청원공개가 확정돼 조만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동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입법안을 구상한 시민은 "정부가 올해 5월 시행한 아동학대 조기 발견 체계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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