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주먹밥 정신' 그대로 "우리 기억해요"…금남로 곳곳 '커피 나눔'
KBS 열린마당 진행자 곽귀근 씨, 커피 518잔 나눔
장애인 활동 단체 '실로암사람들' 금남로 커피 트럭
- 이수민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80년 5·18의 '주먹밥 정신'을 커피로 재현하고 있어요."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가 열리는 광주 금남로 곳곳에서 46년 전 광주의 '대동정신'이 재현되고 있다.
1980년 5월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하던 광주시민들의 정신이 17일 '커피 선결제'로 이어지고 있다.
KBS 열린마당 진행자인 곽귀근 씨는 전날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커피 518잔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사비 155만 원을 들여 선결제했다.
5·18을 기념해 광주를 찾은 시민들에게 오월정신과 광주의 기억을 연결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누구든지 전일빌딩245 내부에 있는 카페를 찾아 커피를 주문하면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티에 한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틀 차인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벌써 250잔의 커피가 소진됐다.
곽 씨는 "그동안 방송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그 마음을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5월의 광주에서 작은 나눔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 속에 광주가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오월의 광주는 기억을 넘어,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곽 씨의 이러한 나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겨울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가 열릴 때도 커피 나눔을 진행하며 거리에 모인 시민들을 응원해 왔다.
그는 "광주 5·18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나눔과 연대 정신을 이어가는 '기억'"이라며 "오월 광주를 기억하고 실천하며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씨뿐 아니라 이날 금남로 시내 곳곳에는 오월의 나눔 정신이 이어졌다.
장애인 단체인 '실로암사람들'은 '카페홀더'와 '조이앤커피'와 함께 금남로 시내에서 커피 트럭을 준비했다.
특히 카페홀더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영화 '도가니' 속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의 자립을 위해 지난 2011년 설립된 곳이다.
김용목 실로암사람들 대표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커피트럭 나눔을 한 것을 시작으로 오늘도 커피 트럭을 준비했다. 사회적 참사 때 가족들 곁에서 함께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서 커피라도 나누면서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팽목항과 탄핵집회 등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연대하고 하는 자리라면 어디든 갔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커피 만드는 거 아니겠냐. 이런 행동을 통해 사회적 연대의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단체가 바라는 것은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다. 이들은 "5·18정신이 과거 탄핵집회도 발현됐듯이 현재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지킨 사회적 유산이자 우리의 중요한 정신이다"며 "5·18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빚을 지고 있다. 반드시 이런 나눔 정신으로 모두가 광주 오월을 알고, 기억해서 5·18 정신이 헌법에 담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일빌딩 커피 나눔 현장에서 만난 김성신 씨(53·여)는 "전일빌딩은 우리 광주 사람들에게는 아픔이 서린 곳인데 오늘 이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참 뭉클하다"며 "미리 계산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 마음이 참 귀하다고 생각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당시 희생됐던 분들을 한 번 더 기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미국인 관광객 마이클은 "서울에서 5·18 사적지를 둘러보러 왔다"며 "따뜻한 나눔 행사를 통해 광주라는 도시가 가진 나눔의 정신이 무엇인지 몸소 느꼈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인 최유정 씨(27·여)는 "5월의 광주가 단순히 슬픈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누군가에게 이런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는 계엄군에 의해 철저히 고립된 상태였다. 10일간의 고립과 투쟁 기간 직접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거리에서 나누고 병원에서 헌혈을 자처하며 피를 모았다.
이후 주먹밥과 헌혈은 당시 광주시민들의 대동 정신을 의미하고 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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