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만들고 뛰고 행진하고…민주주의로 다시 타오른 광주 (종합)

5·18 46주년 '가자 도청으로'…되살아난 오월 정신
"헌법 수록 무산 아쉬워"…시민들 비판 목소리도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16일 1980년 금남로로 행진했던 '민족민주화 성회' 행진을 재현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이 금남로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5.16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가 16일 광주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주제로 대축제를 개최했다.

전야제가 17일 하루 열렸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타지에서 오월 광주를 찾는 방문객이 많은 점으로 고려해 주말 이틀간 진행키로 했다.

행사는 거리와 광장에서 펼쳐지는 시민참여형 마당인 시민난장으로 문을 열었다.

오월 대동정신과 나눔, 연대 정신이 담긴 주먹밥을 빚어 시민들과 나눴고, 1980년 당시 광주 시내버스 모습을 한 민주버스가 주남마을, 적십자 병원, 국군광주병원 등 사적지를 달렸다.

학생들은 오월을 상징하는 꽃과 민주, 인권, 평화 메시지를 담은 팔찌를 만들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첫 발원지인 전남대학교에서 출발해 광주역, 시외버스공영터미널 옛터인 대인광장 교차로, 금남로, 5·18민주광장까지 총 5.18㎞의 오월 사적지를 잇는 마라톤 행사 '런(RUN) 5·18 도청 가는 길'도 처음으로 열렸다.

2030 청년세대에서 주목받는 '러닝'을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한 행사에는 1200명이 참여하며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앞두고 16일 1980년 금남로로 행진했던 '민족민주화 성회' 행진을 재현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이 금남로에서 펼쳐지고 있다. 2026.5.16 ⓒ 뉴스1 김태성 기자

1980년 당시 전남대 정문에서 금남로로 향했던 '민족민주화성회행진'을 재현하는 '민주평화대행진'도 진행됐다.

각계각층 2000여 명의 시민이 오후 4시 각각 광주고와 북동성당, 광주역에서 3갈래로 나눠 출발했고 '가자, 도청으로', '오월정신 계승하자' 등을 피켓을 들고 5·18민주광장으로 집결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도전하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종욱 진보당 후보, 강은미 정의당 후보도 행진에 참여했다.

이날 곳곳에서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무산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동구에 거주하는 고영종 씨(58)는 "매년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 수록이 돼 기쁜 마음으로 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임수종 씨(59)는 "5·18 특별법이 있어도 왜곡이 판을 치고 있다. 한편에서 열린 극우 집회 역시 마찬가지"라며 "수십 년 만에 눈앞에 온 기회가 무산돼 허탈할 뿐이다. 주먹밥이라도 나누며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5·18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등 사회적 재난 참사 피해자 가족들도 연대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지켰다.

특히 광주 YMCA 1층에 마련된 여객기 참사 시민 분향소에는 이날 하루에만 400여 명이 진상규명 서명에 동참했다.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의 민주의밤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2026.5.16 ⓒ 뉴스1 김태성 기자

오후 5시 18분부터는 5·18민주광장 분수대 특설무대에서 '민주의 밤'이 막을 올렸다.

기존에 열리던 전야제를 계승해 대중적인 공연 행사를 중심으로 금남로가 주 무대가 아닌 분수대에서 올해 첫선을 보였다.

5월 18일에 맞춘 오후 5시 18분 시계탑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전주가 흘러나오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시민들은 일제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열사들을 기렸고 풍물 반주에 따라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특히 행사는 오월의 테두리를 넘어 동학농민혁명부터 12·3 비상계엄 극복까지 대한민국 전체의 민주주의 역사 흐름을 예술로 풀어냈다.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담은 구전 민요인 '파랑새요'와 함께 민주주의를 꽃피운 3·1 운동은 그들의 희생을 재조명하는 뮤지컬 '영웅'의 일부를 재연하며 용기를 재해석했다.

제주 4·3 항쟁은 혼을 달래는 무용과 사건을 겪은 당사자의 목소리로 그동안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4·19 혁명은 이를 상징하는 아침이슬을 관악기 연주와 함께 합창단 목소리로 담아냈다.

5·18민주화운동은 기타 선율과 오월어머니들의 합창, 광장 분수의 화려한 공연이 더해졌다.

이 밖에도 6월 항쟁과 2016년 촛불, 2024년 응원봉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불빛이 돼 이날 다시 등장했다.

대동 정신은 강강술래에 담아 시민들이 손을 맞잡고 분수대를 중심으로 다 함께 원을 그렸다.

5·18기념재단의 '광주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우간다 여성인권활동가 '실비아 아칸'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실비아 아칸은 "새로운 세대에 교육을 통해 전 세계 평화를 이뤄갈 수 있다"며 "모든 국가에 있는 어떠한 형태든 폭력과 전쟁을 겪은 생존자를 잊어선 안 된다. 삶을 다 바쳐 우간다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