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딸 영정 앞 무너진 부모…"구급대원이 꿈인 아이였는데" 오열(종합)
피의자 신상공개 심의…사이코패스 검사
현장엔 하얀 국화꽃·탄산음료 추모 발길
- 이승현 기자, 박지현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박지현 기자 조수민 수습기자 = 일면식 없는 고교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중상을 입힌 20대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초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범행 이후 세탁소에 들르는 등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피의자 신상 공개 심의와 함께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 검사도 예정돼 있다.
범죄 현장엔 하얀 국화꽃이 쌓였고, 앳된 영정사진이 놓인 장례식장엔 유족과 친구들의 슬픔이 가득 찼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 모 씨(2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6일 밝혔다.
장 씨는 전날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A 양(18)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A 양의 비명을 듣고 도우러 온 B 군(18)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장 씨는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가 범행 충동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장 씨는 피해자들과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조사돼 경찰은 당초 이른바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유형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장 씨가 범행 후 무인 세탁소에 들르는 등 석연찮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장 씨가 버린 흉기는 이날 오전 광산구 모처에서 발견됐다. 장 씨는 이 흉기를 과거 자살을 결심하고 미리 구매해 둔 흉기였다고 진술했지만, 일반적인 사례와 다른 점이 있어 경찰은 이 부분의 신빙성 여부 등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장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경찰은 조만간 장 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도 심의한다. 범죄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신상공개 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다.
장 씨의 신상 공개가 결정될 경우 광주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또한 범행 대상이 일면식이 없다는 점 등을 토대로 프로파일러 2명 이상을 투입해 사이코패스 여부와 재범 위험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사건 현장엔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여고생을 애도하기 위한 국화꽃이 시민들의 슬픔과 미안함이 엉긴 채 하얗게 쌓여갔다.
인근 학교 관계자부터 회사원, 또래까지 A 양을 직접적으로 알진 못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학교 정문 지킴이로 평소 학생들의 등하굣길을 살폈던 최 모 씨(85)는 한참을 현장에 머물렀다.
최 씨는 "이 길이 밤에는 참 어둡다. 교통비 아끼려고 일부러 이쪽으로 걸어 다니는 애들이 많다"며 "애들을 지키려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슬프다. 한창 꽃 필 나이였던 학생인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탄산음료를 놓아둔 이도 있었다. 자신을 학부모라 소개한 황 모 씨(47)는 "우리 아이도 인근에서 학교를 다녔었다. 남 일 같지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자녀들에게 요즘 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음료를 물어보고 사 왔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국화꽃을 헌화한 박 모 군(19)은 "이제 막 성인이 될 준비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또래가 마지막으로 걸었을 이 길이 너무 춥고 무서웠을 것 같다. 하늘에서는 부디 걱정 없이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A 양의 빈소가 마련된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는 유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앳된 얼굴의 영정사진 앞에 아버지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그는 "내 딸이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며 "왜 그렇게 착한 애를…"이라며 오열했다.
어머니는 끝내 바닥에 주저앉아 "우리 딸 어떡하냐" "왜 나만 두고 갔냐"고 울부짖었고 빈소 밖 복도까지 "도대체 왜 그랬냐"는 절규가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이들은 평소 A 양이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친구의 딸로 평소 친삼촌처럼 지냈다는 김영두 씨(40)는 "한 달 전에도 제 생일이라고 선물을 챙겨줬다. 고등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며 "그건 평생 못 쓸 것 같다"고 울먹였다.
김 씨는 A 양이 평소 응급구조사와 구급대원을 꿈꿔왔다고도 전했다. 그는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이후 공무원 시험을 봐서 최종적으로는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또 "왜 구급대원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 일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며 "남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A 양은 사건 당일 스터디카페에서 친구와 공부한 뒤 귀가하던 길로 버스가 끊기자 집까지 걸어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현장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회로(CC)TV 설치 민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4년 이 일대에 지하통로로 향하는 곳 등이 어두워 보행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CCTV 설치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
광산구에 접수된 민원은 1건이지만 경찰서나 시청 등 다른 기관에도 유사한 민원이 접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인근 대학교와 고등학교 주변에서도 약 2년간 총 4건의 관련 민원이 있었다.
이는 주민들이 지속해서 해당 지역의 안전 문제를 우려해 왔다는 점을 방증한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김진형 씨(68)도 증언했다. 김 씨는 "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지만 평상시 어두워 인적이 드문 곳"이라며 "시야 확보가 잘 안되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부족해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 우려와 달리 현장엔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통상 방범용 CCTV는 대로변이나 이면도로에는 설치하지 않고 삼거리나 사거리 이상인 곳에 설치한다는 이유에서다.
광산구 관계자는 "워낙 개방된 공간이다 보니 대로변에는 설치하지 않는다"며 "범죄 발생 위험이 적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가 많다 보니 어두운 골목길보다는 우선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카메라가 선명한 식별이 가능한 범위는 약 100m에 불과했다. 사건 현장은 약 200m 떨어져 야간 상황, 낮은 해상도까지 겹치며 당시 영상에는 구급차와 경찰차의 불빛 정도만 포착됐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구간에 범죄 예방용 CCTV를 설치해달라고 광산구에 요청키로 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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