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극계 미투' 극단 대표 항소심서 '집행유예' 감형

법원, PTSD 법리적 판단 따라 피해자 진술 신빙성 미인정
2013년 폐지 친고죄 성립에 공소 기각도…대책위 법정 항의

광주고등법원 ⓒ 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여배우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광주 연극계 인사가 항소심에서 '친고죄'와 외상후스트레스성장애(PTSD)에 대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환)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광주 한 연극 극단 대표 A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예방 강의 수강도 명했다.

A 씨는 1심에서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특수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다른 연극계 인사 B 씨와 C 씨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A 씨 등은 지난 2012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여배우 2명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지난 2022년 기자회견을 통해 "꿈을 안고 이제 막 연극을 시작했을 무렵(2012~2013년) 첫 회식자리와 연극 준비 과정에서 상습 권력형 성폭행을 당했다"고 미투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 피해자가 피해 당시가 아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신고를 한 것도 경위에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중 1명의 진술이 성립할 수 없다며 판단을 180도 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 시점으로부터 9년이 넘어서야 피고인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며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피고인을 고소했다"면서 "원심은 30년이 지나도 PTSD가 발생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했지만, 이는 드물고 비전형적으로 민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형사사건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지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PTSD 관련 증상을 주변에 말하거나 병원에서 진단받은 적이 없고, 피고인의 공연에 참여하는 등 밀접하게 지냈다.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해자의 PTSD와 피고인 범행 간의 인과 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점에 대해서 '친고죄 폐지'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공소기각 판결도 내렸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하다는 형법상 규정이다. 성범죄 관련 친고죄는 2013년에서야 폐지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친고죄 폐지 전으로, 당시엔 피해자가 범행으로부터 1년 이내에 고소해야 공소가 가능했다. 피해자의 고소가 2022년 이뤄졌기 때문에 공소제기 절차상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A 씨의 강제추행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며, 극단 소속 배우를 강제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후 피해자들을 대변한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미투운동과 PTSD에 대한 법리 판단이 잘못됐다"며 법정에서 항의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