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공사' 오명 벗을까…농어촌공사 8년 만에 수상태양광 재시동, 왜?

2030년까지 3GW 추진…연 2000억 농업기반시설 관리비 적자 보전
발전사업자·주민 등과 수익 고르게 배분…정체성 논란은 숙제

수상 태양광 발전.(농어촌공사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 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한국농어촌공사가 대규모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을 8년 만에 재개한다.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공사 본연의 역할인 '물 관리' 소홀에 대한 우려는 숙제로 남았다.

8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2030년까지 농업기반시설을 활용한 수상태양광 발전 용량을 3기가와트(GW)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1GW는 국내 원전 1기가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전력규모와 맞먹는다.

공사가 이처럼 태양광에 집중하는 이유는 갈수록 악화하는 재무구조 때문이다. 현재 용배수시설과 농로 등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은 연간 6630억 원에 달하지만, 국고 지원은 15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 매각과 임대수익 등으로 일부는 메꾸고 있으나 매년 2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공사의 부채 규모는 △2020년 10조 1550억 원 △2022년 11조 9657억 원 △2023년 13조 4514억 원 △2024년 14조 5972억 원으로 급증했다.

김인중 농어촌공사 사장은 "태양광 발전 수익을 농업용수 공급 재원으로 확충해 현장에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공사는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익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 '발전사 70%, 공사 20%, 주민 10%'였던 배분 방식을 '발전사·공사·주민 각 33.3%'로 균등화하는 이익 균형 모델을 도입했다.

주민 채권 참여 비율도 8% 이상으로 늘려 '햇빛소득마을' 형태의 상생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 중 아산호(0.5GW)와 간월호(0.5GW) 등 대규모 지구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남 나주에 자리한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 뉴스1

이를 위해 공사는 활용할 수 있는 저수지 2333개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쳤으며, 인허가부터 사후관리까지 지원하는 전담 조직(TF) 구성도 완료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8년 만에 다시 꺼내든 수상태양광 카드가 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살릴 효자가 될지, 아니면 또다시 정체성 논란만 키울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8년 최규성 전 사장 시절, 7조 원대 사업비를 투입하려다 "농어촌공사가 아니라 태양광공사냐"는 야당의 거센 비판과 중소업체의 반발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계 일각에서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수지 수면을 덮은 패널이 수질 오염을 유발하거나 농촌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후 위기로 홍수와 가뭄 방재 기능이 중요해진 시점에 공사의 역량이 에너지 사업에 분산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 환원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태양광 시설 탓에 본업인 용수 공급과 저수지 안전 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