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롤당 4만3000원 하던 비닐 5만원됐다"…농촌 덮친 중동 악재

중동사태에 면세유 고공행진…비료·농약 가격도 출렁
고령화에 파종 감소→곡물가 인상→밥상물가 폭등 우려

6일 오후 전남 나주시 봉황면의 한 들녘에서 고구마 이식작업이 한창이다.206.4.6 ⓒ 뉴스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6일 오후 전남 나주시 봉황면의 한 들녘. 외국인 노동자 10여 명이 고구마 이식을 앞두고 두둑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농장주 장모 씨(67)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중동 사태 이후 멀칭비닐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장 씨는 "중동전쟁 발발 전에 롤당 4만3000원 하던 멀칭 가격이 5만원까지 올랐다"고 토로했다.

멀칭비닐은 고구마 농사의 필수품으로 1롤당 250평을 처리할 수 있다. 나주와 영암에서 30만 평 고구마 농사를 짓는 장 씨 농장에 필요한 멀칭비닐은 2000롤. 예년 같으면 8600만 원(4만3000원 기준)이면 가능했지만 올해는 당장 1억 원을 멀칭비닐 구입비에 써야한다.

인근 세지면에선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논갈이가 한창이었다. 6만 700㎡(약 2만 평)의 벼농사를 짓는 박모 씨(58)도 한숨이 깊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농업용 면세유 때문이다.

올 농사를 위해서는 봄철 트랙터 작업이 필요하고, 가을 수확기에는 콤바인에도 적지 않은 연료가 들어간다.

박 씨는 "국제유가 오름세에 맞춰 농업용 면세유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오른 기름값에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농사지어도 손에 쥐는 게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중동발 유가 상승 여파는 비료와 농약으로도 번지고 있다. 질소질 비료의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는 암모니아 생산비의 70~80%를 차지한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 교역의 약 20%, 요소 교역의 30% 이상이 지나는 길목이어서, 이 일대 불안이 길어질수록 비료 가격과 수급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5일 전남 여수에 위치한 국내 최대 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을 찾아 비료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영농철 공급 안정 대응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식품부가 주요 비료업체와 농협 재고를 점검한 결과, 7월까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일선 농협에서는 비료 공급이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비료 가격이 아직은 오르지 않았지만, 주문했던 물량이 전혀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약 가격도 마찬가지다. 농약 제조에 사용되는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글리콜, 계면활성제 등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수출국에서 수출 제한까지 발생하면서 원료 수급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기인계 농약 원료는 폭탄 제조에도 사용되는 물질이어서 수급이 쉽지 않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관련 업계는 설명했다.

한 농촌 전문가는 "비료나 농약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고령화된 농촌에서 파종은 감소하고, 그렇게 되면 곡물 가격이 상승해 밥상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