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식 시인 여섯 번째 시집 '괜찮은 꿈' 출간

'헤어질 사람마저 없는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에 대한 위로

박노식 시인의 '괜찮은 꿈' 시집 표지('문학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박노식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괜찮은 꿈'(문학들 시인선)을 펴냈다. 시집은 제1부 '상실이 큰 사람은 침묵을 일찍 배운다'와 제2부 '나는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제3부 '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거기에 설움이 있기 때문', 제4부 '한때의 상큼한 노래는 깨어진 조각처럼 뒹군다' 등 총 4부로 이뤄졌다.

각 부를 이루는 상실, 우울, 설움, 깨어진 조각이라는 단어에서 시인과 이번 시집의 정서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나를 키'웠고 그 고통의 향으로 '내가 존재한다'고 노래한다.

'나는 우울의 집에서 태어나 오래 걸었다//창공을 나는 새의 날갯짓만큼 고통이 나를 키운 셈인데,/ 나의 이마에는 새의 혀가 핥고 간 꽃잎의 흉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떨어진 꽃잎은 쓸쓸하여도 그 향은 오래 남아서 내가 존재한다'- 시 '낙화'일부

시인이 노래하는 '괜찮은 꿈'이란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표제 시 '괜찮은 꿈'에서 시인은 '눈길에 미끄러져 바둥대던 고라니'라거나 '여러 번 무릎을 세우려다 넘어지고 그러나 마침내 일어서서, 애쓰면서 제 길을 걸어갔던 거야'라고 노래한다. 폭설로 고립된 한 마리 짐승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르는 절체절명의 노래가 '괜찮은 꿈'인 셈이다.

박노식 시인 ('문학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그러면서도 시인은 별들이 가장 어두운 순간에 가장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별들의 파수병'이 되고 싶어 한다. 시인은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이라는 시에서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은 관(棺) 속의 적막처럼 텅 빈 눈으로 꿈을 꾼다 밤이 오면 하늘이 그를 데리고 가서 별들의 파수병으로 세우고 이른 아침에 내려 보낸다'고 했다. 시인의 자화상이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어느 날은 종일/눈이 비고/주위엔 새소리뿐,/헤어질 사람도/애써 맞이할 얼굴도/없으니,/돌부처 하나를 곁에 둔다.//나는/여전히 앓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의 고백처럼 우리는 어쩌면 '헤어질 사람마저 없는 아주 오래 혼자인 사람'인지도 모른다.

박노식 시인은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등의 시집을 펴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며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