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가 뭐길래…종량제 봉투 가격까지 들썩이나
원유에서 뽑아낸 원료…국제유가 오르며 공급난
일상에 깊숙히 침투…여수 석유화학 업계 가동중단
- 박영래 기자, 김성준 기자
(광주·여수=뉴스1) 박영래 김성준 기자 =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A 씨는 26일 오후 집 인근 마트에서 종량제 봉투 1묶음을 구입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 소식에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봄을 맞아 최근 집 단장에 쓸 페인트를 사기 위해 가게를 찾은 직장인 B 씨는 깜짝 놀랐다. 페인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이 시기에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생활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원인은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종량제 봉투 등 각종 생활용품의 원재료인 나프타 공급난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할 때 섭씨 35도에서 220도 사이에서 추출되는 액체 상태의 중간 제품이다. 석유와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 사이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이를 고온에서 분해(NCC 공정)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기초 유분이 나오는데, 이들 제품이 바로 우리 실생활에서 쓰이는 제품들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페인트의 주성분인 합성수지와 용제는 모두 나프타에서 나오고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드는 각종 비닐 제품의 뿌리 역시 나프타다. 과자 제품 포장재 역시 이에 해당한다.
플라스틱 가전이나 의류에도 널리 쓰이면서 스마트폰 케이스, TV 외장재는 물론 우리가 입는 기능성 의류(폴리에스터)도 나프타가 없으면 만들 수 없다.
중동사태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나프타 수입 가격이 치솟았고 대부분의 생활물품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한 추세다.
원재료 값이 오르니 이를 가공해서 만드는 페인트, 비닐, 플라스틱 제조업체들도 고스란히 비용 부담을 안게 됐고, 결국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인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 공급난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업 단지인 여수국가산단 입주 업체들은 일부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23일 LG화학 여수공장이 연간 80만톤을 생산하는 NCC 2공장을 중단한 데 이어 여천 NCC도 연간 14만톤 생산 규모의 프로필렌 전용 공장(OCU) 중단을 선언했다.
롯데케미칼은 4월 중순으로 예정된 대정비(TA·설비정비 및 유지관리)를 3주 앞당겨 이번 주 내 실시할 계획이다.
여수산단은 한때 국내 에틸렌 생산량의 49%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 시설을 가졌다. 나프타 절반가량은 중동 등의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가격마저 폭등하면서 일부 기업은 최근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이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면책을 주장하는 조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전쟁이 멈추더라도 원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4개월가량이 필요해 보인다"며 "정부가 비축유를 풀기로 결정했지만 상황이 급격하게 나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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