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태 원로 작가 장편소설 '영산강 칸타타' 출간
노작가의 '투 샷 에스프레소'에 담긴 삶의 성찰과 지혜
- 조영석 기자
(나주=뉴스1) 조영석 기자 = 문순태 작가가 자전적 장편소설 '영산강 칸타타'를 도서출판 '오래'에서 펴냈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작가가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노을 진 영산강을 응시하는 내면의 수채화적 소설이다.
작가는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무대인 영산강에서'바다를 꿈꾸면서 흐름을 지속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을 깨닫는다.
"흐르는 강물을 보면 산다는 건 황홀한 일이지. 내가 여기 와서 깨달은 것은 시간도 강물도 인생도 함께 흐른다는 사실이네. 그리고 흐른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네. 시간이 흐르는 것은 삶이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는 것이고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 것은 강의 생명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거라네. 강물은 때때로 고이기도 하고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소쿠라 치기도 하지만 바다를 꿈꿀 수 있어서 흐름을 지속하는 거지. 우리 인생도 어쩌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져 영원히 흐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소설에는 1939년생인 작가가 겪은 6·25전쟁과 5·18광주민중항쟁을 비롯한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영상강을 타고 흐르는가 하면, 함께 늙어가는 아내의 깊은 주름살이 자신의 손등으로 내려와 저녁 햇살을 쬐기도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설은 '늙은이의 80여 성상 굴곡진 인생을 압축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작가는 자신의 이번 소설이 유서 대신 세상사람들에게 쓴 '마지막 편지'라고 고백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긴 편지를 쓰기로 했다네. 내가 살아온 이야기부터 내가 꿈꾸었던 세상을, 세상 사람들에게 바라는 희망 사항들을 부끄럼 없이 토해내기로 했다네. 나는 지금 편지를 쓰면서 하루하루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네."
'영산강 칸타타'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지만 곳곳에서 커피에 대한 바리스타 이상의 '전문가적 진심'이 묻어난다.
쓴 맛이 강한 두 샷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신다는 작가는 "쓴맛을 모르고 어떻게 단맛을 즐길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인생이 어디 단맛뿐이겠는가. 쓴맛을 알아야 단맛의 깊이를 알 수 있음을 왜 모를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뼈저린 자아성찰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닦달하고 위로해 준 것은 언제나 쓴맛이 아니었던가"라고 한다. 80년 넘는 풍상을 겪어 온 작가의 삶의 성찰이자 지혜이다.
"인생에 무슨 성공과 실패가 있겠나. 욕망의 그릇을 다 채우는 삶과 못 다 채우는 삶의 차이랄까…그런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하지만 결국은 저마다 강물처럼 흐르다 사라져가는 거지."
저음으로 깔리는 노작가의 독백이 봄날의 영산강처럼 '느린 진양조 가락의 거문고 소리'로 울린다.
문순태 작가는 1965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뒤 1974년 소설 '백제의 미소'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징소리' '고향으로 가는 바람' '걸어서 하늘까지'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 '다산 정약용' '홍어' 등 20여 편의 소설집과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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