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에 가라"…설날 양어머니 살해한 14세 소년 [사건의재구성]

친모 아닌 사실 알고 갈등·다툼…결국 살인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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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A 군(14)은 어머니 B 씨(64·여)에게 강한 애착과 배신감을 동시에 가졌다. 친모가 아닌 양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B 씨는 전남 진도군 주거지 앞에 유기돼 있던 갓난아이를 거뒀다. 바로 A 군이다. 입양 절차를 밟지 않았지만 자기 아들처럼 친자식들과 함께 키웠다.

사춘기에 접어든 A 군은 점차 양어머니와 갈등을 빚게 됐다. 갈등은 말다툼으로, 말다툼은 폭력으로 번졌다.

양어머니는 이미 장성한 친아들 3명과 A 군을 비교하며 '거둔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내뱉었다. A 군은 양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방문을 부수는 등 폭력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갈등은 작년 설날(1월 29일)에 극한으로 치달았다.

설 명절에 B 씨는 개학을 앞둔 A 군의 나태한 생활 태도를 나무랐다. B 씨는 "네 형들은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한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며 "개만도 못한 놈. 차라리 네 친엄마에게 가라"고 말했다. A 군은 "나도 사람이다. 내가 왜 개냐. 나도 쓸모 있다"고 소리치며 응어리진 마음을 쏟아냈다.

A 군은 자신에게 손을 휘두른 B 씨를 발로 차 넘어뜨린 뒤에도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고함을 지르며 방 안을 돌아다녔다.

B 씨는 "자식이 부모를 팬다"고 소리쳤다. A 군은 넘어진 B 씨 몸에 올라타 목을 졸라 살해했다.

B 씨는 사망한 지 약 10시간 만에 지인들에게 발견됐다. A 군은 범행 후 집에서 게임하다 잠들었고 112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사망'을 몰랐다며 다른 사람을 살인 피의자로 지목했다. "가족 대표로서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A 군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에는 강한 충격에 기억을 상실했다. 나중에 서서히 기억이 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 군이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으로 지목했다.

A 군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6명은 단기 5~7년에 장기 12~15년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3명은 단기 3~5년에 장기 5~6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을 종합해 징역 단기 7년에 장기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자신을 영아기부터 양육해 친모처럼 여기던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반윤리적 범행"이라며 "피해자의 유족들에게도 치유하기 어려운 큰 고통과 상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계획적 살인 범행이 아닌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인 점,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4세의 미성년자로서 성인에 비해 판단 능력이나 대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한다"고 판시했다.

A 군과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광주고법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A 군은 상고 없이 해당 형량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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