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봉투 두툼하게 챙겼지"… 설 앞둔 광주송정역 설레는 귀성길

5일 연휴 앞두고 자녀·손주 보러 긴 여정
열차 사라질 때까지 손인사…"이날만 기다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역에서 귀성객들이 각자 짐을 든 채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2026.2.13 ⓒ 뉴스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5일간의 설 명절 연휴를 앞둔 13일 오전 광주송정역.

자녀와 손주를 만나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떠나는 사람 특유의 설렘이 번지고 있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끄는 발걸음은 느렸지만 표정만큼은 가벼워 보였다.

박인숙 씨(80·여)는 남편 권의륜 씨(85)와 함께 광명역으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들, 딸, 손주들 다 보러 간다. 5박 하고 올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 간 손주, 대학에 다니는 손주까지 모두 모이는 자리"라며 "세뱃돈 주려고 새돈을 바꿔 봉투마다 나눠 담았다"고 했다.

플랫폼 한쪽에서는 중국동포 김명옥 씨(68·여)가 남편과 함께 열차 칸 앞에 서 있었다. 중국에서 일하는 아들과 손주가 미리 고향집을 다녀간 뒤 다시 올라가는 길이라고 했다.

김 씨는 "갈비도 하고 잡채도 해 먹였다. 가니까 아쉽다"며 열차가 움직이자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객차가 플랫폼 끝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내리지 않았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역의 플랫폼에서 한 시민이 기차에 탄 연인을 배웅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박지현 기자

역사 안은 분주했다. 군복 차림의 장병들은 가족과 포옹했고, 일부 시민들은 출발 시각에 맞추려 플랫폼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양손 가득 아이스박스를 들거나 무거운 캐리어를 끄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송원초에 다니는 김유하 군(9)은 "이거 KTX야? SRT야?"라며 연신 부모에게 물었다. 김 군은 "기차 타고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가서 기쁘다"고 했다. 작은 백팩을 멘 어깨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명절을 기다린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천안에 있는 동생 집을 찾는 김 모 씨(68)는 오전 10시 26분 출발 열차를 기다리며 "미혼이라 명절이 길면 집에서 누워만 있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카들 주려고 스팸이랑 참치도 챙겼다"고 덧붙였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역 대합실이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2.13 ⓒ 뉴스1 박지현 기자

역사 한편에서는 새마을회 광산구회가 귀성객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눠주고 있었다. 종이컵을 받아 든 시민들은 "명절 잘 보내세요"라는 인사에 고개를 숙였다.

역 내 꽃집 앞에서는 프리지아 꽃다발을 고르는 젊은 직장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에서 내려왔다는 서 모 씨(20대 후반)는 "연차를 내고 왔다"며 "엄마를 자주 못 봐서 미안한 마음에 꽃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생신은 아니지만 향이 좋아서 골랐다"며 꽃다발을 품에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warm@news1.kr